그들이 돌아왔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중간 계투 요원으로 발군의 활약을 했던 정현욱(30)과 철벽 마무리 투수 오승환(27)이 27일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마운드의 두 기둥이 별탈 없이 복귀함에 따라 올 시즌에도 삼성의 뒷문은 어느 팀보다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정현욱은 대표팀이 원할 때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급한 불을 끈 뒤 다음 투수에게 공을 넘겼다. 국내에서 잦은 등판 탓에 '노예'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현욱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 숙적 일본과 멕시코 등의 주축인 메이저리거들을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제압하며 '국(민) 노(예)'로 신분이 상승(?)했다. 정현욱이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처음.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던) 그 상황에서 절 쓸 줄은 솔직히 몰랐죠. 제가 당초 그 정도 비중은 아니었잖아요(정현욱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가까스로 남았다). 평소보다 특별히 공이 좋다고도 못 느꼈어요." 떨렸을 법도 한데 그는 당당히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그 땐 '맞으면 내려오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던졌어요. 아예 상황은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 포수 (박)경환이 형의 리드대로 던졌을 뿐이에요." 팬들이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지만 이젠 신분 해방(?)을 시켜주고 근사한 별명을 붙여줘야 될 듯 싶다.
옆에서 정현욱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오승환이 한마디 하며 웃는다. "저도 나름 바빴어요. 보조 역할 열심히 하느라고요." 오승환은 2006년 1회 WBC 때 돌직구로 메이저리거들을 경악시켰지만 이번에는 등판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는데 페이스를 급히 올리려다 보니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그 덕에 잘 했으니 다행이죠."
선발 투수진이 다소 고민이지만 이들이 있어 삼성은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둘 모두 성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여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선발 투수? 어떤 자리든 괜찮다. 최대한 많이 던지는 것이 목표"라는 정현욱과 "곧 구위가 좋아질 것이다. 현욱이형이 있어 든든하다"는 오승환. 올 시즌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돌아서던 정현욱이 남긴 말은 "참, 저도 승환이가 있어 든든하다고 적어주세요."
한편 삼성은 2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1대2로 패했다. 선발 투수 윤성환은 5와 1/3이닝 동안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새내기 김상수(4타수 2안타)와 박진만(4타수 1안타 1타점) 외에 타선이 부진, 패전 투수가 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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