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한자를 배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대기업 등에서 신입사원 채용 때나 재직 시 인사고과에 한자급수 자격증 취득자 우대 및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글의 특성상 한자의 音(음)과 訓(훈)을 알면 단어의 뜻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유리함일 것이다.
요즘 신문에서는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가 많다 보니 제목 이 외에는 독자적으로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괄호 속에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군대를 적지에 파견하다."란 문장에서 적지가 適地와 敵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에 한자를 표기해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適地는 무엇을 하기에 조건이 알맞은 땅이고 敵地는 적이 점령하거나 차지하고 있는 땅이다.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한자를 한글과 같이 표기하다 보면 차라리 한자를 사용치 않았으면 하는 사례도 적잖다.
몸도 목숨도 다 되었다는 뜻으로 어찌할 수 없는 궁박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絶體絶命(절체절명)이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로 쓸 때 '絶對絶命'(절대절명)이라고 하면 잘못이다. "괭이갈매기 무리들은 소란스러우면서도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일사분란하다."는 一絲紛亂(일사분란)이 아닌 一絲不亂(일사불란·질서나 체계 따위가 정연하여 조금도 흐트러진 데나 어지러운 데가 없다)이다. 이는 어수선하고 떠들썩하다는 뜻인 紛亂을 어지럽지 아니하다는 뜻인 不亂과 혼동한 경우다.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화를 할 때에 적절한 맞장구는 훌륭한 윤활유가 된다."라는 문장에서 '圓滑'(원활) '役割'(역할) '潤滑油'(윤활유)에 나오는 '滑'(부드럽게 하다)과 '割'(나누다)의 음과 훈을 알면 '할'과 '활'의 잘못은 없다.
컴퓨터로 한글을 한자로 변환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自他共認'(자타공인)의 경우와 같이 한꺼번에 변환 가능한 단어라도 '公'이 '共'으로 엉뚱한 자료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몇 글자씩 일일이 한글 음으로 변환하다 보면 착오로 원하는 한자가 아닌 전혀 엉뚱한 글자 조합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어느 식당에는 蔘鷄湯(삼계탕)을 參鷄湯이라고 간판을 달아놓았다. '蔘'을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하기에 잘못된 것이 아닌지 눈에 설지만 '參'은 '인삼'의 약칭도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에 나오는 '說'은 보통은 '말씀 설'로 읽지만, 이 구절에서는 '悅'(기쁠 열) 대신 사용된 글자로 '설'로 읽거나 '悅'로 쓰지 말자. 그리고 열심히 배우면 또한 기쁨이 온다는 생각도 잊지 마시기를.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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