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승용차 요일제 '공회전'

직장인 김모(52)씨는 지난 25일 승용차를 몰고 달구벌대로를 지나다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12시 15분에 승용차 요일제 운휴일 위반을 하였습니다." 차량을 끌고 나오지 못하는 승용차 선택요일제 날이었다. 하지만 차량 뒷자리에는 아픈 노모가 타고 있었고 그는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김씨는 "대구시가 중점 추진한다기에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했으나 불편이 너무 크다"며 "요일제를 지킨다고 해서 혜택이 큰 것도 아니어서 며칠 전 요일제 스티커를 반납했다"고 했다.

대구시가 승용차 이용 억제를 위해 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승용차 요일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신청받기 시작해 3월 말 현재까지 선택요일제에 등록한 차량은 고작 2만여대에 불과하다. 대구시가 올 연말까지 목표치로 잡은 15만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참여한 2만여대도 절반가량은 공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청 차량마저 '불편하다'며 스티커를 반납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어 시행 3개월 만에 제도 자체가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5번 이상 운행 위반으로 스티커를 반납한 차량 219대를 포함해 모두 813대의 차량이 요일제 시행을 중도 포기했다. 시 관계자는 "목표치 15만대에다 추가로 5만대분의 스티커를 더 확보했지만 오히려 반납 차량이 늘고 있어 난감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승용차 선택요일제에 참여한 시민에게 자동차세 5% 감면, 공영주차장 요금 20% 할인의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운휴일에 차량을 운행하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15대의 판독기(RFID 리더기)에 적발되면 위반사실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통보되며 5회 이상 적발시 인센티브가 취소된다.

차량에 장착된 '전자태그'를 떼내고 운행하다가 운휴일 위반을 통보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모(41)씨는 "운휴일에 차를 운전할 일이 있어 전자태그를 떼낸 후 계속 트렁크에 넣어뒀다가 5회 위반 사실을 통보받고 선택요일제 스티커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위반이 5회를 넘어설 때는 자동차세 감면분만 돌려주면 되는 등 페널티가 적어 참여를 독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공무원은 "연간 4만원선에 불과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매주 하루 동안 불편을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솔직히 현재 참가인원 2만명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참가한 공무원들"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공공기관 주차장 출입 제한 등의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시민들의 참여가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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