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흥행하지 못한 공연은 대구에서도 안 된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구미에서 열리는 공연마다 대박이 터졌다.'넌센스' '아가씨와 건달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의 뮤지컬이 1천300여석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을 관객으로 가득 채웠다. 구미시는 삭막한 공단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연·전시 기획에 인력과 돈을 아까지 않았다. 공단 기업들이 표를 샀고, 근로자들은 퇴근 후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중심에 구미문화예술회관이 있었다.
"건물 자체가 예술품입니다." 1989년 완공된 구미문예회관은 천재 건축가 고 김수근(1931~1986)의 작품이다.'거북 구(龜)'자 를 형상화한 건물은 관공서, 기업이 밀집한 구미 신시가지 한가운데에서 금오산 정상을 마주보고 있다.
구미시가 문화예술 도시로의 변신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김지숙의 '로젤'을 받지 못하면 사표 쓰겠다고 기획사에 매달렸어요. 공연 결과는 전회 매진이었습니다." 개관 때부터 근무한 남국진 공연기획 담당은 구미문예회관 황금기의 산 증인이다. 연 평균 20~25개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구미문예회관의 기획력은 자타 공인 지역 최고였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가 지역 경제를 덮쳤고, 공연예술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7명이던 공연기획팀 직원이 한 명으로 줄었고, 연간 4억여원의 예산은 9천여만원으로 축소됐다. 남씨는 "경제 사정만 아니었다면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대구가 아닌 구미에서 유치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구미문예회관은 서서히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영국BBC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3월), 조수미 리사이틀(5월), 국립발레단 지젤(9월), 장한나 런던챔버오케스트라 내한(11월), 뮤지컬 명성황후(11월) 등 굵직한 공연이 잇따라 열려 큰 사랑을 받았다. 공연 기획 예산도 6억여원으로 회복됐다.
구미문예회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다음달 3, 4일 선보이는 중국 판타지 뮤지컬 '버터플라이즈'는 첫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폐막작으로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구미문예회관 측에서 베이징까지 날아가 계약한 대작으로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고전 '양산박과 축영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러브 스토리다. 화려한 볼거리와 무대 연출이 환상적이다.
문예회관 측은 이 외에도 뮤지컬 '라디오 스타(5월 16·17일)', 국립창극단의 '춘향전(5월 21일)', '미샤 마이스키 내한 공연(11월)', '장영주 리사이틀(12월)'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공연 문의 054)451-304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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