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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축전·제69회 이상회(以象會)전

▲김병수 작
▲김병수 작 '봄의 향기'
▲김도환 작
▲김도환 작 '제주의 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그림도 마찬가지다. 살짝 데친 봄나물에 소금 간만 한 듯 깔끔한 그림이 있는가 하면, 주재료와 양념, 국물까지 따로 만들어 예쁘게 담아낸 일품 요리 같은 그림도 있다. 음식이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의 교감이듯 그림도 '그린 사람과 보는 사람'의 소통이다. 저마다의 감성과 붓터치로 정성스레 담아낸 세상살이 그림들이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의 축전-대백프라자갤러리(4월 1~6일)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중견 서양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병수, 송해용, 예진우, 이구일 4명의 작가가 마련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별 개인부스전 형식으로 10여점씩을 선보인다. 요리사마다 선호하는 주재료가 다르듯 작가들도 좋아하는 소재가 있다. 김병수는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풍경과 진달래의 꿈을 표현한 작품을 내놓았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시골길 한쪽에서는 달래나 냉이를 듬뿍 넣은 맑은 된장국 내음이 난다. 송해용은 유년을 담은 기억의 한 장면을 화사한 봄볕 속에 끄집어 낸 느낌. 맑고 상쾌한 느낌은 마치 양상추, 방울 토마토에 키위 소스를 끼얹은 샐러드를 맛보는 듯하다. 예진우는 일상을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와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누드를 내놓았다. '몸'이라는 한 가지 소재에 집착하는 듯하지만 그는 (행여 누드를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봐) "그림처럼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는 유쾌한 작가다. 흔한 듯하지만 결코 맛을 내기 쉽지 않은 김치찌개가 떠오른다. 이구일의 그림을 본 사람은 누구나 탄성을 내지른다. 그림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소나무를 둘러싼 풍경을 자연에서 떼어낸 뒤 빛과 그림자를 보태고 색채를 덧입힌 듯하다. 그 맑음 속에서 송화떡과 동치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제69회 이상회(以象會)전-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31일~4월 5일)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운암정이 있다면 지역에는 '이상회'(以象會)가 있다.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회화 단체로, 조각을 포함한 구상계열 그룹으로 창립한 때가 1969년. 무려 40년의 내공을 자랑하는 지역의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서양화 그룹이다. 창립 이래 해마다 개최하는 정기전과 광주의 무등회, 부산의 신우회 등 여러 단체와의 교류전을 서울국립현대미술관, 광주, 부산, 울산, 춘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가졌다. 현재는 조각 부문이 독자적으로 분리됐지만 현재도 구상 계열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화단에서 60차례 이상 전시 경력을 가진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전시회에는 강우문, 배기찬, 김도환, 김성향, 오상목, 김상용, 최경수, 윤상천, 구교원, 이정애, 김광한, 오정익 등 30여명이 참여할 예정. 대구는 구상 회화가 유난히 발달한 도시. 이번 전시회는 대구의 회화적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 음식에 비유하자면 맛과 향과 보는 즐거움까지 보탠 궁중 요리의 향연인 셈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김병수 작 '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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