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해외진출 'U턴 기업' 지역 유치해야…

원화 하락 후 해외진출 기업 리턴 부지.세금 우대 등 유인책 개발을

고사위기의 지역 경제를 되살리려면 고용창출을 도모하면서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지역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한 IT융합·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를 생각할 수 있고, 다음으로 외국인투자를 포함한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투자 유입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를 지역으로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 이제 막 투자가 시작된 IT융합·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눈을 돌려 대기업의 지역 유치 역시 암담하다. 지역에 투자한 대기업들이 MB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골격으로 하는 '선 수도권 육성 후 지방발전'이라는 정책기조에 편승하여 지역을 떠나거나 떠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 경북도의 경우 외국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구시의 2007년 외국인투자금액은 5천400만 달러에 불과하며, 지역별 외국인투자기업 수도 2008년 6월 현재 239개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투자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최근 국내외 환경변화로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들의 국내 U턴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역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값싼 인건비 등 다양한 동기로 중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은 현지공장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전을 적극 검토 중인 곳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올 2월 초 중국에 진출한 국내 제조, 유통기업 1천100여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0여개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의 사업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선전, 톈진과 하이저우 등 세 곳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조차 일부 모델의 생산라인을 구미로 옮겨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진출기업들의 국내 U턴현상의 첫번째 원인은 원/달러 및 원/위안화 환율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해외공장 유지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구미공단 TV 부품업체에 따르면 위안화 약세 때 중국에서 각종 부품 임가공을 할 경우 단가가 국내보다 30% 이상 저렴했지만 위안화 강세 이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20% 정도 싸졌다고 한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자국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나라가 늘면서 현지시장 공략이 힘들어진 것도 U턴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외진출기업들의 국내 U턴이 늘면서 이들 기업이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일자리 난을 해소하는 데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국내 U턴기업 유치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U턴 가능성이 있는 연고기업을 파악해 저가격의 임대공단 조성,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으며, 충남과 창원, 마산 등도 U턴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독 대구시와 경북도는 U턴 국내기업 유치에 너무 소극적이다. 어떻게 하면 U턴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을까?

첫째, 무엇보다도 지역 공무원들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의 일부만 제공해도 U턴 국내기업의 지역유치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둘째, 우선적으로 지역의 해외진출기업을 대상으로 국내U턴을 희망하는 기업이 얼마이며 이들 기업의 지역U턴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지역의 458개사 중에서 정상 가동 중인 사업장은 전체의 39.7%인 182개사에 불과하다는 지난해 대구상의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상당수 기업이 U턴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이들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유인들에 대한 조사분석과 아울러 다른 지자체를 능가하는 원스톱 행정 인·허가 서비스의 도입, 값싼 임대 공단부지 제공, 각종 세금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치한 U턴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환율효과 등이 사라질 경우 어렵게 유치한 기업들이 다시 해외로 이탈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위기상황이다. 이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일의 희망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함께 노력할 때이다.

서민교(대구대 무역학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