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새터민) 2만명 시대를 맞았다. 대구경북에도 1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해마다 200명 이상 늘고 있다. 하지만 새터민 상당수가 생활고와 사회적 냉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적응프로그램도 미흡해 각종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언제쯤 한국인이 되나요
"2등, 3등 국민으로 살려고 목숨 걸고 한국에 온 건 아닙니다."
2006년 탈북해 중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내다 지난해 초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김진수(가명·42)씨는 요즘 "그냥 중국에 남았더라면…" 하는 혼잣말을 곧잘 한다.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한국행을 택했지만 생활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는 새터민에게 더욱 가혹하다. 김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북한주민에게까지 일자리를 내줘야 하느냐?'는 주위의 눈총이 많다"며 "외국인 노동자처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2년 전 한국땅을 밟은 새터민 이현성(가명·32)씨는 일부러 신분을 숨긴다. 주위에서 고향을 물어보면 '강원도 강릉'이라고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52㎏의 몸무게를 일부러 10㎏이나 넘게 찌웠다. '새터민=왜소한 체구'라는 주위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이씨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개성길 중단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자 심지어 '간첩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고 털어놨다.
◆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나
지난해 한 치안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 초까지 탈북이주민 8천800여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899명이 각종 형사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평균 범죄율 4.3%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새터민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정착금은 1천900만원. 이전에는 2천만원이었으나 지난해부터 100만원 줄었다고 했다.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임대료가 1천300만원에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나면 수중에는 300만∼400만원 남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대구의 경우 영구임대아파트가 있어 집값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긴 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생활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성서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새터민 김진우(가명·38)씨는 "정부에서 받은 정착지원금은 말 그대로 겨우 연명하라고 주는 지원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질적 적응 프로그램 필요해
정부에서는 12주 동안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실시, 한국사회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허영철 소장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며 "새터민들의 초기 정착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통한 사후관리가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에는 현재 443명(경북 400명)의 새터민들이 살고 있지만 대구시의 탈북자 지원 정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대구시는 2006년도에 이미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놨지만 한 해 예산은 2천600만원이 전부"라며 "새터민들이 해마다 100여명씩 대구땅을 밟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경기도는 조례가 없는데도 한 해 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새터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이 다소 부족하지만 대구지방노동청과 함께 새터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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