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보수, 세금 줄줄 샌다

하자보수, 단지 내 노면 포장 등 아파트 내 각종 공사를 맡은 업체들이 세금을 포탈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업체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 아파트 공사 시행주체가 비영리법인이어서 공사업체와 주고받은 세금계산서를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해 아파트 측으로부터 공사 대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받으면서도 이를 누락하거나 허위 신고해 세금을 탈루해왔다.

대구 달서구의 A아파트는 지난해 말 회계서류를 정리하다 오류가 생겨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아파트 각종 공사와 관련, 업체에서 받은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을 세무서에 제출, 조사를 의뢰했다. 엘리베이터 점검, 단지 내 아스콘 포장공사 등 아파트 측이 실시한 각종 공사와 관련, 업체 측에 공사대금으로 지급하고 받은 영수증들이었다.

세무서 조사결과 3개 업체가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이 발견돼 세무서는 모두 5천여만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업체들은 공사를 하면서 아파트 측에서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공사대금의 10%를 챙겨갔으나, 세무서에는 공사 자체를 신고하지 않았거나 가짜 세금계산서를 제출해왔다.

그간 소문으로 떠돌던 아파트 공사 세금 탈루 비리가 확인되면서 대구지역 다른 아파트 단지로 그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구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아파트 자치회가 공사대금 상승을 이유로 부가세 내기를 꺼리고, 업체 측도 부가세를 견적서에 포함하면 공사를 딸 수 없어 간이계산서 등 편법을 동원해 부가세를 탈루하면서 이를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고 털어놨다.

특히 업체들이 세금을 탈루한 돈을 입주자 대표 등에게 공사수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입주민과 아파트 입주자대표, 관리사무소 간 불신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 관계자는 "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짜고 세금계산서를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뒷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자치회가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세무서에 낼 의무가 없다 보니 업체들의 세금 탈루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세무서 한 관계자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아파트 자치회에 업체에서 받은 세금계산서 제출 협조 공문을 보내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도 그만이어서 업체들의 공사대금 누락을 잡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일부 지방세로 환원해 납부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부가세를 낸 아파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성실하게 신고하는 아파트에 대해 일정 비율만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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