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능학원 '불황 눈물'…학생 계속 이탈 폐업 가속화

지난해 사교육비는 사상 최대인 18조7천230억원(가구당 112만2천원)이었다. 이는 전체 교육비 지출 40조원의 절반 가량으로 공교육비(대학등록금 포함)와 맞먹는 액수다.

이처럼 사교육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예능학원들은 악화되는 경제 상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성적과 직결된 보습학원은 포기하지 않는 대신 음악, 미술 등 예능 분야 학원들은 '정리 우선순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떠나가요…, 눈물짓는 예능학원

대구 수성구에서 5년째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31·여)씨는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학원생이 올 들어 1명만 남아 최근 교습소를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내놨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돌리고 학원비도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줄어든데다 불경기에는 예능학원부터 그만두는 탓에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구시내 3곳의 지역교육청에 따르면 문을 닫는 예능·기예 분야 학원이 2007년 153곳에서 지난해 173곳으로 20곳이나 늘었다. 특히 학원이 밀집한 수성구·동구·중구 지역 학원의 폐업률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 지역 학원 가운데 114곳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등 전년도에 비해 폐업한 학원 수가 26.4% 증가했다.

7년째 수성구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해 온 김모(31·여)씨는 "보통 1~3월에 10여명의 원생이 들어와야 1년간 학원을 유지하는데 올해는 2명만 들어왔다"며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교습소를 그만두고, 저학년들은 충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취직이 힘들어요…, 예능학원 개원 늘어

예능 분야 학원들의 잇따른 폐업에도 불구하고 신규 개원 학원 역시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개원한 예능학원은 235곳으로 2007년 179곳에서 비해 24%가량 늘었다.

대구시 음악학원연합회 권희연 회장은 "예술 전공이 있는 대구지역 4년제 대학만 4곳으로, 해마다 수백명씩 예술 전공자들이 쏟아지는데 불경기 탓에 취직할 때가 없다"며 "취업할 곳이 없다 보니 소규모 교습소를 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 미술학원연합회 유영진 회장은 "저출산과 방과후 학교 등으로 예능 과목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면서 예능계 학원이 또다시 호황기를 맞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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