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을 나눕시다] '아버지 구하기' 형제 뭉쳤다

⑧간경화 김만주씨의 두 아들

▲ 간경화 말기인 아버지 김만주(51·왼쪽)씨가 둘째 아들 김승환(25·육군 하사)씨에게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31일 오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무균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간경화 말기인 아버지 김만주(51·왼쪽)씨가 둘째 아들 김승환(25·육군 하사)씨에게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31일 오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무균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아버지를 위해서 뭉친 형제들이 있다. 간경화 말기인 아버지를 위해 형은 군복무까지 중단했고, 동생은 자신의 간 일부를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약제상을 하던 김만주(51)씨는 지난달 초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의사에게서 들었다. 평소 앓고 있던 B형 간염이 악화돼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빨리 간 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김씨에게는 훌륭한 아들들이 있었다.

아버지 소식을 들은 동생 김승환(25)씨는 아버지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평생 하기 힘든 결심을 했다. 지난 20일 자신의 간 75%를 떼 내 아버지의 간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승환씨는 "간 이식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수술하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간 조직검사를 한 뒤 이식 적합 판정을 받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수술대에 누웠어요. 몸에는 평생 지니고 살아야할 커다란 흉터가 남았지만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아버지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오더군요."

의사는 아버지에게 이식한 김씨의 간 상태가 너무 좋아 수술이 대성공이라고 전했다. 승환씨는 "의사가 제 간의 무게가 일반 성인의 간(900g)보다 300g이나 더 나가고 상태가 너무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회복도 남들보다 빨랐다. 승환씨는 31일 퇴원했고 아버지는 경과를 지켜본 후 다음달 중 퇴원할 예정이다.

동생이 간을 아버지에게 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형 유환(26)씨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지난달 군에서 전역했다. 요즘처럼 청년실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장기복무를 꿈꿨던 그에게 전역은 쉽잖은 선택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제 간을 주고 싶었는데 아버지와 혈액형이 달라 고민했어요. 그러다 어머니 혼자 아버지를 돌보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아 함께 병간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유환씨는 "수술이 잘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찡했는데 수술실에서 나오는 동생 얼굴을 보니 눈물이 펑펑 났다"고 했다.

형은 아버지가 회복되는 대로 새 일자리를 찾아 가족을 부양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불경기에 일할 곳이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만…, 무슨 일을 하든 아버지를 돌보려면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요."

병원에서 손을 맞잡은 이들 형제에게는 새로운 소원이 생겼다. "아버지의 꿈이 시골에서 낚시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인데 그 소원을 꼭 들어드리고 싶어요. 새로 태어난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공기 좋은 시골에서 새신랑, 새신부처럼 건강하게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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