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한 돈쭝 (3.75g) 값이 20만원에 육박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결성된 각종 계(契) 모임이 파산위기에 처했다.
안동의 A사 직원 상조회 총무 김경식(45)씨는 올 들어 연일 치솟는 금값에 가슴이 답답하다. 경기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가 늘어나면서 퇴직 기념품 마련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상조회 규정에는 회사 근무연수에 따라 '금'을 증정하도록 규정해 당장 금값으로 수천만원이 필요하게 된 것. 한 돈쭝에 5만원대였던 금값이 20만원 가까이 급등한데다 한꺼번에 많은 퇴직자가 생겨나 지금까지 모아둔 상조회 기금으로는 금 구입비용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씨는 "금으로 규정된 만큼 금값 시세대로 해야 할지, 아니면 퇴직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할지를 두고 모임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며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계 모임이 금값 폭등으로 파산될 지경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동지역 B고등학교의 경우 졸업 20년이 되는 해에 기수별 '사은의 날' 행사를 마련해 해마다 10여명의 은사들을 초청해 금 20돈으로 행운의 열쇠를 만들어 전달해왔으나 올해는 다른 물품으로 대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안동시청 농림고 출신 공무원들로 구성된 '청농회'는 그동안 퇴직 공무원들에게 전달했던 '금 10돈쭝 행운의 열쇠'를 지난 1월 총회를 통해 '현금 50만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회칙 개정을 단행했다. 안동고 출신 모임도 지난해 하반기 퇴직자들에게 현금을 전달했으며 조만간 총회를 거쳐 행운의 열쇠 증정 규정을 수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퇴직 공무원들에게 전달했던 행운의 열쇠가 대부분 현금으로 바뀌고 있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제공하던 해외여행 제도가 최근의 경제난으로 폐기된 데 이어 퇴직 기념품으로 주던 '행운의 열쇠' 마저 구경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안동시청내 한 모임의 총무는 "회칙을 개정하더라도 소급 적용할 수 없지 않느냐"며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남은 이들이 정성을 모아 전했던 '행운의 열쇠'가 이제 '부담의 열쇠'가 돼 씁쓸하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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