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아보니 10년이 넘었다.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제호의 얇고 작은 책자가 우리 사회에 감동을 전하던 그 따뜻했던 기억이….
이 책은 당시 지역 대표적 주택 건설업체였던 (주)우방의 기업 자원봉사단 '사랑으로 사는사람들'이 월간으로 발행해서 무료 배포하던 '이웃 사랑 소식지'였다. 가정과 학교, 직장으로 우편 배달된 이 책자는 어머니를 통해 자녀들의 인성 교육의 교재가 됐고, 학교나 직장에선 이웃 사랑 실천을 이끄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소식지를 펴내던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 자원봉사단'은 당시 '기업 자원봉사'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지역 사회에 그 소중한 씨앗을 뿌리기도 했다.
우방은 집 잘 짓는 회사로도 유명했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 앞장선 기업 이미지가 뚜렷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방 전 직원들의 자발적 봉사 단체인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벽돌 한 장, 철근 한 줄에 정성을 담아 튼튼하고 안락한 집을 짓는 마음으로 시작된 기업시민정신 실천 운동이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 자원봉사단'을 결성케 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을 더듬어 보면 독특한 자원봉사 실천 사례가 많다. 해마다 겨울이면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도래지 보호 활동, 러시아 한인 마을 한글 교재 보내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발간, '3천원 들고 은행가기'운동을 펼쳐 20만명 이상이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동참하게 했다. 신천 정화, 산사랑 캠페인, 도심속의 토끼 동산 조성 등 환경 운동에도 앞장 섰는가 하면 무의탁 어르신 무료검진소 설치를 위한 '사랑모아 저금통'배포, 시설 아동을 위한 사랑박심기, 자녀에게 편지 쓰기, 은사 찾아주기, 우리말 바로 쓰기, 실직자를 위한 쉼터, 양심책방 운영 등 참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사랑 실천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특히 1999년 5월 어린이날, 두류야구장에서 '굶는 아이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결식아동돕기 범시민 동전 모금행사는 저금통을 들고 온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우방의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은 이웃을 돕고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다른 어떤 일 보다 값지다고 여겼다. 이들의 이러한 남다른 활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기업문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전국에서 8만여 기관단체가 참가한 제3회 전국자원봉사 대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빛나던 우방이 우여곡절 끝에 C&우방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가을 또다시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오는 3일 워크아웃 최종 승인을 앞두고 C&우방 임직원 및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채권금융회사 등을 찾아다니며 참담하고 처절한 마음으로 우방 살리기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우방이 무너지면, 지역 건설업계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 세월 동안 움츠린 채 기다려온 그 따뜻하고 정겹던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 심기일전해서 심각한 지역 경제 위기 극복에도 한몫하고, 지쳐 있는 우리 사회에도 다시 한 번 사랑과 용기를 심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석대 / 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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