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愛人(애인)

나라가 다르면 같은 한자말일지라도 그 나라의 풍속이나 습관에 따라서 조금씩 바뀌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愛人'(애인)이란 말은 한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며, 중국에서는 '부인'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아이진'이라 하여 '불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또 우리는 '애인이나 연인'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일본어의 '애인'과 '연인'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즉, 연인은 '고이비토'라고 해서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말하고, 애인은 '아이진'이라고 해서 '남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관계'의 사람을 의미한다.

예나 지금이나 청춘 남녀들이 만나면 서로 사랑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이럴 때의 '속삭이다'는 일본어가 되면 좀더 감미로워져서 '사사야쿠'(ささやく)로 '속살거리다'는 뜻이 된다.

그러다가 서로 헤어지기라도 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이 '무너지다'는 '무나시이'(むなしい)로 '허무하다'라는 의미다.

'八方美人'(팔방미인)이란 말도 한국에서는 '무엇이나 다 잘하는 아주 유능한 사람'인데, 중국에서는 '사방팔방에서 온 미인'을 가리키며, 일본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란 말로 아주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龍'(용)의 그림을 보아도 중국은 발톱이 5개, 한국은 4개, 일본은 3개이며, '젓가락'(箸)의 길이도 중국이 가장 길고, 한국, 일본 순이다.

속담의 표현도 한국과 일본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우리말의 '큰코다치다'는 일본어로는 '다이헨나 메니 아우'로 직역하면 '큰 눈과 만난다'이고, 나쁜 일에서 '손을 씻는다'는 '아시오 아라우'(足を洗う)로 '발을 씻는다'가 된다.

또 '발이 넓다'는 '얼굴이 넓다'로 '가오가 히로이', '손바닥 보듯이'는 '손에 잡히듯이'로 '데니 토루요오니'(手に取るように), '피나는 노력'은 '피가 스며 나오는 노력'이란 뜻의 '지노 니지무 도려쿠'(血のにじむ努力), '넘어지면 코 닿을데'는 '눈과 코 사이'로 '메또 하나사키'(目と鼻先)가 된다. 은행에서 '돈을 찾는다'는 '돈을 내린다'로 '가네오 오로스'(金を下ろす) 등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시다'라고 하는데, 일본은 '나꾸나루'(亡くなる), 즉 '없어지다'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土葬(토장)문화와 일본의 火葬(화장)문화가 만들어 낸 말로 '돌아가다'는 '土(토), 즉 흙으로 가다'로 '전생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다' 이며, '나꾸나루'는 '재로 없어지다'에서 나온 말이다. 어쨌든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교해 보면 같은 뜻의 말도 그 생활양식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르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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