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산물 인터넷 거래…1억 버는 '젊은 부농' 속속 등장

[귀농(歸農)] (하)이렇게 하면 성공

▲ 30,40대의 나이로 귀농해 경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윤훈식·안중선·송성일씨. 모현철기자
▲ 30,40대의 나이로 귀농해 경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윤훈식·안중선·송성일씨. 모현철기자

지난해 봉화군으로 귀농한 심용택(34)씨는 경기도 성남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도시생활이 싫어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시골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농지 7천920㎡(2천400평)를 구입해 수박농사를 지었다. 올해는 1만6천500㎡(5천평)을 더 구입해 수박농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도시에서 벌었던 월 200만~250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일 자신감에 차있다. 도시에서보다 여유시간이 많은 데다 자기계발 시간도 많다. 심씨는 "막상 시골에서 생활해보니 계획대로 잘 되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농촌이 고령화됐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무한하다"고 전했다.

#엄익정(37·봉화군 명호면)씨도 2년전 귀농했다. 서울에서 호텔매니저를 했던 엄씨는 구조조정으로 퇴직하고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농촌생활을 즐기고 있다. 귀농하기 전 그는 철저한 준비를 했다. 2년 동안 주말마다 봉화로 내려와 땅을 물색했다. 엄씨는 농사와 펜션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엄씨는 "부인이 기관지가 좋지 않아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지금은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다"면서 "돈 쓸 일도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없다"고 했다.

요즘 경북도청 농업정책과 귀농관련 부서에는 하루 평균 귀농관련 상담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온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한 485가구 중 30,40대는 211가구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봉화·상주·예천·의성·청송 등 북부지역으로의 귀농이 많았다.

젊은 귀농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에 새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없이 환상만을 좇아 무작정 귀농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력한 만큼 거둔다

젊은 귀농인들은 철저한 준비와 인터넷 직거래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조수입(농가의 생산물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귀농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북도가 최근 우수 귀농인 72명을 대상으로 귀농정착 실태를 분석한 결과, 평균 조수입은 1억7천300만원이고, 평균 순수입은 8천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우수 귀농인 대부분은 귀농준비를 철저히 했고 입지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분석됐다.

6년전 예천군으로 귀농한 윤훈식(46·예천군 지보면)씨는 조수입이 3억5천만원에 육박한다. 그는 상추를 주력품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그는 귀농하기 전 1년 동안 예천에 내려와 상추농사를 준비했다. 상추 전문가를 스카우트해 고액의 연봉을 주면서 기술정보를 얻었다.

윤씨는 농사짓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판로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도매시장에 내다팔면 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대구지역 식당 등지에 직접 납품하고 있다. 윤씨는 "올해는 최신시설을 도입해 상추를 명품화시키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998년 봉화군으로 귀농한 안중선(47)씨도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수억원대의 조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쌀을 재배하면서 홈페이지를 개설해 직거래를 시작한 것. 안씨의 쌀을 사먹는 회원들은 전국에서 3천명에 이른다.

안씨는 또 지난 2004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소형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설치해 생산·가공·유통을 일괄처리해 소득을 높이고 있다. 쌀, 콩 등 잡곡과 고춧가루 등을 종합 판매하고 소포장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안씨는 "앞으로 기능성 쌀을 재배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환상을 깨야

경북도와 귀농전문기관에 따르면 귀농을 하려면 당장 텃밭농사나 주말농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준비기간 동안 귀농교육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모아야 한다. 각종 귀농교육훈련 과정이나 민간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귀농학교에 참여하면 많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다.

귀농지 선정도 신중해야 한다. 정착에 도움이 되는 부업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부업을 하면 정착에 도움이 된다. 11년전 귀농한 송성일(46·봉화군 명호면)씨는 "동네 주변에 외환위기 후 10명 정도가 귀농했다가 2,3년만에 나갔다"면서 "경제적 탈출구로 귀농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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