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팔순 농부와 늙은 소가 친구처럼 기대어 함께 사는 농촌 들녘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 것이다. 녹색 논에 물을 대듯이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따뜻한 온기로 전달되었으리라.
지금까지 그랬다. 20세기 산업화의 물결은 농촌에서 도시로만 흘렀다. 젊은이들이 떠나 텅 비어 버린 마을에는 늙으신 우리의 부모님들만 평생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땅에 얼굴을 맞대고 살아오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고인 물처럼 황량해지고 농촌은 농촌대로 가뭄의 논처럼 피폐해졌다.
이 시대의 화두인 녹색물결은 도시와 농촌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고 양방향으로 흐르는 물결이다. 자연이 내린 맑은 공기와 대지의 생명력이 가장 창조적인 산업의 터전이고 인력을 흡수해 인재로 양성하는 학교가 되었다.
최근 농촌의 이러한 가치 재발견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굳은 신념을 갖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의 물꼬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농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보고 미래를 설계하려는 20, 30대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경북의 경우 귀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5천928명이 귀농했다. 같은 기간 전국 귀농인 수 2만7천935명의 21.2%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맑은 정기, 낙동강의 풍요로움, 동해의 청정함이 어우러진 보배로운 땅에서 새벽을 열며 정직한 마음으로 먹을거리를 길러 인생의 아름다운 2모작을 성공적으로 일구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귀농은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첨단 생명산업 분야에 대한 창업이므로 철저한 기술과 경영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농촌은 아직까지 교육·문화적 어려움 위에 개방화에 따른 시장경제 체제로의 편입과 고령화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상존해 있다.
경북은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귀농인과 함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정책들을 현장에서 준비하고 구체화해 왔다. 돈 되는 농업, 경쟁력 있는 농촌을 위해 전국 최초로 FTA 대책위원회를 도지사 직속으로 설치하고, 대책기금도 2천억원으로 확대 조성 중이다. 또 최소한 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1시군 1명문고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 농업의 핵심 키워드인 변화와 경쟁력의 원천인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대학과 협력해 농민사관학교를 개설해 첨단기술을 보급하고 친환경농업을 선도할 농업CEO 1만5천명을 양성중이다. 그리고 시야를 넓혀 필리핀·몽골·캄보디아 등의 해외 농업 영토 개척은 물론 UN과 함께 새마을운동을 우간다·탄자니아 등 저개발국 빈곤 퇴치모델로 전수해 가난 극복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도시와 농촌을 잇는 녹색프로젝트인 귀농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귀농 유입단계부터 초기-정착-안정단계까지 4단계로 나누어 귀농상담센터운영, 귀농인 영농정착교육, 귀농인 농업생산현장 인턴제, 귀농정착자금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귀농인은 초기정착이 어려우나 일단 정착하게 되면 도시에서 배운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농업에 접목해 지역 농업과 농촌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고령화된 농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훌륭한 지역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쿠즈네츠는 "농업의 발전 없이 중진국은 될 수 있어도 선진국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농촌을 살려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산업화시대가 낳은 20세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앞으로 10년간 일본을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축으로 농업과 관광산업을 꼽았다. 경북도는 귀농인과 함께 성공과 번영의 'V'자를 그려나가고자 한다. 도농 상생과 귀농 구국을 통한 선진화의 길을 열어 가리라 확신한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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