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댁·친정집 주소 이전…출산지원금 받고는 '대구 컴백'

경북도내 시·군들이 인구를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한 출산양육지원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실 거주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아 위장전입이 판치고, 돈만 받고 떠나도 막을 규정이 없는 탓에 한해 수억원의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줄줄 새는 혈세...

대구에 살던 B(33·여)씨는 지난해 태어난 둘째아이의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주소지를 친정이 있는 경북의 한 군으로 옮겼다. B씨는 "이웃집 여자가 자신도 딸을 낳을 때 출산장려금을 받았다고 권유해 주소를 옮겨 80만원을 받았다"며 "지원금을 받은후 곧바로 주소지를 다시 대구로 옮겼다"고 했다.

경북의 한 시청 공무원인 C(35·여)씨도 지난해 둘째를 출산하기전 주소지를 시댁으로 옮겼다. 자신이 사는 곳보다 시댁이 있는 지역이 둘째 아이에 대한 출산장려금을 두 배가량 더 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C씨는 위장전입 후 더 많은 출산장려금을 받았다. 그는 "지자체가 실 거주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아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대구와 인접한 영천·경산·군위·청도·고령·성주·칠곡 등 경북의 7개 시·군을 취재한 결과,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마련한 출산양육지원금이 위장 전입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었다.

한 지자단체 관계자는 "지원금만 받아낸 뒤 실제 거주지인 대구 등 대도시로 옮겨가는 경우가 적잖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주민등록 여부만 확인한다"며 일일이 찾아다니며 점검 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급 후에는 나 몰라라...

출산양육지원금이 줄줄 새는 데는 지원 규정이 허술한데다 사후 관리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급 규정이 출산일 기준이거나 3~6개월에 불과해 임신을 한 뒤에 주소지를 옮겨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상당수 시·군은 실제 거주 확인은 뒷전인 채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맞으면 지원금을 지급해 이같은 편법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경북지역 상당수 시·군들은 지원금 수령 후 거주 여부에 대해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 각 시·군은 위장전입 등 지원 대상이 아닐 경우 지체없이 지원금을 환수 조치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적발 건수는 거의 없었다. 한 군청 관계자는 "중복 신청을 막기 위해 성명과 주민번호 등을 정리하고 있지만 주소지에 실제 사는지 여부는 알기 힘들고, 1년이 지나면 전출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다른 군청 관계자도 "가능한 지속적으로 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이다.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해도 지원금을 환수하거나 막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거주'를 요구하거나 실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청도군의 경우 둘째 아이 출생시 50만원을 지급하고 만 1세에 50만원, 만 2세에 100만원을 주는 등 3년 이상 거주를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 덕에 청도군의 신생아 수는 2007년 202명, 2008년 210명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청도군보건소 관계자는 "지원금을 받은 뒤 대구나 경산으로 주소지를 옮겨가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에 실제 거주 여부를 담당공무원이 확인하고 최소한 3년 이상 거주하도록 지원금을 나눠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지원금, 줄어드는 인구?

출산양육지원금은 농촌 시·군의 인구를 늘리자는 취지로 각 지자체들이 2007년부터 경쟁적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해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농촌 지역의 인구는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합계 출산율이 1.6명으로 경북 평균(1.36명)을 훌쩍 넘었던 군위군은 2006년 2만6천687명에서 지난해 2만5천309명으로 인구가 줄었다. 고령군도 2006년 3만4천777명에서 2007년 3만4천907명으로 반짝 늘었다가 지난해 3만4천770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성주군은 2006년 4만6천358명에서 지난해 4만5천24명으로 2.9% 감소했다. 청도군 경우 주민등록을 둔 인구는 2006년 4만6천144명에서 지난해 4만4천711명으로 줄었고, 영천시도 지난해 10만4천22명으로 2년 전에 비해 1% 줄었다.

반면 해마다 출산양육지원금 지급 규모는 커지고 있다. 영천시의 출산양육지원금 지급액은 2007년 3억9천610만원에서 지난해 7억2천6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청도군은 2007년 202명에게 8천860만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에는 1억1천470만원이 지원금으로 지급됐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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