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 지표는 '갬' 현장선 '흐림'

"실물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지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물 부분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주력업종인 기계·금속, 섬유, 전자 등 모든 업종의 올 1/4분기 매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최대 절반 가까이 줄었고 당분간 호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표는 "기지개 켰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역내 중소제조업체 187곳을 대상으로 '4월 업황 전망 건강도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 전달보다 2.9% 포인트 오른 73.0을 기록, 최저치를 기록했던 1월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60.6으로 전달(63.6)보다 3%p 하락한 반면 경북은 85.8로 전월(76.7) 대비 9.1%p 상승했다.

동북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지난달 대구경북지역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도 호전된 지표를 내놨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31일 발표한 3월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달보다 16p 높아진 47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제조업 업황 BSI가 24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전달(31)에 이어 연속 상승세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음을 뜻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나타낸다.

4월 업황전망 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46과 73으로 이달보다 제조업은 8p, 비제조업은 18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장님들은 "아직 멀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제직업체 대표는 요즘 서울 가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대형 의류업체의 '오더'를 받아오기 위해서다.

그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매출 집계를 내보니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지만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말 답답하다"면서 올 하반기는 넘어서야 경기 회복 여부를 점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섬유 경기 전체가 어렵다 보니 대형 원사업체도 생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

한 메이저 원사업체 관계자는 "올 1/4분기 원사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경기가 호전됐다는 지표 발표가 실린 신문 기사를 보면 내가 '별나라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일감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발표한 '경제심리로 본 최근 경기진단' 보고서에서 "경기 급락세 완화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심리지표가 개선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실물지표 반등은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 심리지표는 실물경기보다 약 2분기 정도 앞서 바닥을 찍고 1년여 동안 꾸준히 반등했다"며 "심리지표 개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중반기 이후 경기 저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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