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어 있던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세제 경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건설사들이 새봄을 맞아 실수요자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판촉 방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금리 인하와 신규 공급 물량까지 지난해 이후 사라지면서 꿈쩍않던 매수세가 서서히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아파트 양도소득세 면제를 끝으로 정부의 추가 대책안이 나오기 힘든데다 공급 물량도 사라지고 있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올해가 최적의 매수 타이밍"이라며 "지난 겨울 이후 조건이 좋은 미분양 아파트 상당수가 매매되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올 봄철 내집 마련에 나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정부가 내놓은 세제 경감안은 크게 미분양 주택 구입시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등록세 50% 할인 등 두 가지다.
취득·등록세의 경우 경감폭은 분양가의 1% 수준이며 양도세 면제는 미래 발생할 차익에 대한 면제 혜택이다. 2010년까지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5년내 매매시에는 양도세 100% 면제를, 5년이 지나면 나머지 기간에 대해 일반세율(6~35%)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된 탓에 아직 '양도세 면제' 카드가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경기만 뒷받침되면 엄청난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분양이 넘치던 IMF 외환위기 때 '양도세 면제' 카드가 '죽었던 시장'을 되살린 경험이 있기 때문.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IMF 당시 양도세 면제 이후 3만여 가구의 미분양 감소효과가 있었고 6개월 뒤부터 추락하던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차갑게 식은 매수 심리를 회복하는 데는 경험적으로 볼 때 양도세 면제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1998년 들어 매월 -2~-3%씩 떨어지던 아파트 가격은 양도세 면제 발표가 있던 6월 -1.5%를 기록한 뒤 7월부터 소폭의 반전을 거듭하다 12월 들어 완전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구도 98년 1월부터 6월까지 -13.8%나 추락했던 집값이 양도세 면제 발표 이후인 98년 7월부터 99년 6월까지 1년간 10.7%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미분양 아파트 또한 전국적으로 98년 10만2천가구에 달했지만 99년(7만800가구)부터 줄기 시작해 2002년에는 2만4천가구로까지 떨어졌다.
또 정부는 신축 주택 뿐 아니라 기존 1가구 다주택자 대해서도 50~60%를 중과하던 양도세를 기본 세율로 인하, 기존 다주택자들의 부담을 대폭 완화해 거래의 물꼬를 열어놨다.
특히 지난 겨울 바닥을 쳤던 수도권 시장이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올 봄 이후 지방 시장에까지 훈풍이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정부가 경기 부양책뿐 아니라 엄청난 자금을 풀고 있어 결국 유동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올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만 어느 정도 나타나면 주택 매수세가 양도세 면제에 힘입어 크게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의 유혹
올 봄 실수요자들이 눈여겨 볼 사항은 시공사들의 분양 조건 변경.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분양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대다수 시공사들이 갈수록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선납 할인을 조건으로 분양가 10~20%를 사실상 깎아주거나 입주 후까지 중도금 유예 및 해약 보장제를 내건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체감 분양가는 2005년도 수준으로까지 내려간 상태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중도금 유예는 기간에 따라 틀리지만 통상 15~25% 할인 혜택이 있으며 발코니 무료 확장까지 포함하면 할인 폭이 더욱 커진다. 분양 조건 변경을 내건 단지들의 경우 대부분 시공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따져봐야 할 항목이 있다. 바로 할인율의 함정.
일부 단지들이 30%까지 할인을 내걸고 있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이 그대로 적용된다. 분양 당시 가격이 입지나 마감자재 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저층 또는 비남향 위주의 집일수록 할인율이 높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발품을 팔아온 매수자라면 대부분 체감을 했겠지만 할인율이 높은 단지는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며 "상당수 실수요자들이 절대 가격보다는 할인율에 급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공급이 줄고 있어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집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입주 물량이 지난해 3만가구를 정점으로 올해는 1만5천가구, 내년도에는 1만3천가구로 줄어들게 된다. 또 세계육상대회가 열리는 2011년에는 지난해 이후 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7천~8천가구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면 서둘러 '집구경'에 나서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동일한 단지의 같은 분양 조건이라도 계약 순서에 따라 좋은 집을 먼저 선택할 수 있어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경우 매매 가격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2006년 전후 분양한 단지들은 시공사들이 차별화 경쟁을 벌이면서 마감재나 평면을 최상급으로 꾸민 단지들로 현 시점에서는 아무리 원가 절감을 해도 땅값이 폭락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 수준의 집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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