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휴대폰으로부터의 자유

"여보세요? 거기 안에 계신 분 누구세요? 얼굴 보여주세요. 나와 놀아주세요. 내 아픔을 들어주세요. 여보세요?" 힘겨웠던 시절, 이런 식으로 속을 풀었던 적이 있었다. 너무 힘들 때 삶이 아파서 가슴이 숭숭 뚫리고 구멍 난 창호지처럼 내 마음이 바람에 너덜너덜해질 때 전화기에 대고 막 소리 지르며 속내를 한껏 드러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춘기적 부끄러운 추억이기도 하지만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실제로 그렇게 소리 지르고 엉엉 운 적이 있었다. 그렇게 속풀이 대상이기도 했던 공중전화기가 점점 줄고 휴대폰이 나온 이후로 그 속풀이는 휴대폰 몫이 됐다.

답답할 때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리곤 누군가 내 속을 풀어줄 사람을 줄줄이 찾는다. 누가 이 시간에 조용할까, 누가 내 답답함을 들어줄까? 아니 들어주지 않더라도 그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욕망들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찾아내곤 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해서 핸드폰이라 했고,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해서 휴대폰이라 한 명칭처럼 나뿐 아니라 현대인들은 이제 휴대폰을 몸에 지니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특히 집에 놓고 온 날은 하루 종일 불안함이 가중된다. 마치 휴대폰의 노예가 된 듯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혼자인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문자를 전송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한다. 요즘은 지상파 방송인 DMB폰으로 실시간 TV도 본다.

문명의 이기는 어차피 편리함을 전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진다면 휴대폰은 외로움마저도 편리하게 풀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디지털 속에서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군중 속의 고독을 풀어내는 비상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 거의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오늘날, 정신마저 구속됐다는 의미의 노예라는 표현은 무리가 아닐 듯하다. 편리하기 위해서 구입한 휴대폰에 우리 스스로가 얽매인 셈이다. 이쯤에서 뜬금없이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자, 우리 과감히 도전하자. 휴대폰으로부터의 자유를.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꽃향기 가득한 봄날, 수갑을 풀듯 손에 있는 휴대폰을 놓자. 소극적인 사람은 잠시 휴대폰을 꺼두거나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은 아예 없애버리고 휴대폰으로부터의 자유를 찾자"라고. 몇몇의 사람이 이 제안에 동조할지 궁금하다.

권미강(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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