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이 보인다]투자성향과 투자상품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기를 틈타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다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은행에 다녀온 K씨는 펀드 가입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투자정보 확인서 작성 결과 K씨의 투자성향은 안정 추구형으로 나왔다.

은행 직원은 K씨에게 안정 추구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채권형 펀드와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두 가지 상품의 3년 수익률 모두가 K씨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K씨가 3년 누적수익률 50%가량 되는 상품은 없느냐고 문의하자, 직원은 "그런 상품이 있긴 하지만 해당 상품은 적극 투자형 이상 고객에게만 팔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은 투자자보호를 강화했다. 투자자보호의 핵심은 '적합성의 원칙'. 투자자를 투자성향에 따라 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구분한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성향에 상관없이 꼭 가입하기를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가입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경우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확인서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결국 자통법 시대에는 투자자가 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펀드 가입을 위해 판매사에 가기 전 미리 자신의 성향을 체크해보고, 자신의 성향에 알맞은 상품이 어떤게 있는지 윤곽이라도 파악해 놓을 필요가 있다. 투자성향과 상관없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판매사에 가서 설명을 듣기 전에 미리 고위험고수익 상품 중 어떤 상품에 가입할 것인지 대략적인 아우트라인을 그리는 게 필요하다.

투자등급별 펀드 가입 전략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안정형-5등급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안정형 투자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각종 채권(국고채'통안채'지방채'보증채'특수채)과 MMF(머니마켓펀드) 정도다. 주식형'채권형 펀드는 아예 추천이 불가능하다. 한편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내던 MMF 수익률이 최근 3%대로 하락했다. 이보다는 차라리 현재 5~6%대인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안정추구형-4등급

자통법 시행 이후 실시되고 있는 투자성향 진단에서 투자자 3명 중 1명이 안정추구형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추구형 고객은 금융채와 A- 이상의 회사채, 국내부동산펀드(대출형),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결합증권),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30% 이내인 국내 및 국외 채권혼합 펀드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는 원금보장형 ELS의 경우 주가지수가 올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위험중립형-3등급

BBB+부터 BBB-까지의 회사채와 원금부분보장형 ELS, DLS에 투자 가능하다. 펀드는 주식과 채권이 모두 들어 있는 혼합형 펀드를 추천받을 수 있다. 위험중립형부터 안정형까지 위험중립형 이하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의 60%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중립형 이하 투자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주식형 펀드를 권유하지 않는다.

▷적극투자형-2등급

적극투자형부터 비로소 채권이 섞이지 않은 순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미래에셋인디펜던스'신영마라톤주식'신영밸류고배당주식'트러스톤칭기스칸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펀드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투기등급을 포함해 BB- 이하 채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ELS, ELF 등도 권유 대상이다.

▷공격투자형-1등급

5가지 등급 투자성향 중 가장 위험을 즐기는(?) 공격투자형은 모든 상품에 마음대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공격투자형만이 초고위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초고위험군에 포함되는 상품은 금'원유 등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 선물옵션 등이다. 다만 공격투자형 투자자라 할지라도 초고위험 상품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053-746-2211

노경우 (위드VIP자산관리㈜ 컨설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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