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는' 택시기사 '뜨는' 버스기사…희비 엇갈려

"울고 웃고…."

경기불황으로 버스와 택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때 대표적인 '3D' 직종이었던 시내버스 기사는 준공영제 실시로 대구시가 버스업계에 예산 지원을 하면서 인기직종으로 떠오른 반면 택시기사는 적은 수입에다 장시간 운전 등으로 지원자가 없다.

◆힘든 택시기사

택시운전 경력 11년의 박모(41)씨는 옛날이 그립다. 몇 해전까지 열심히 일하면 사납금 외에 하루 7만원 가량의 수입이 들어왔지만 요즘은 사납금 맞추기도 빠듯하다. 박씨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시동을 끄고 정차하고 식사는 가급적 집에서 해결하지만 벌이는 늘지 않는다"며 "택시 요금까지 올라 손님이 줄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택시업체도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입사를 희망하는 예비 기사들이 줄을 섰으나 요즘은 문의 자체도 없다"며 "기사 모집공고를 내고 있지만 지원자들이 없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취업난 때문에 '우선 자격증부터 따고 보자'며 택시운전자격증 획득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취업희망자가 없다"고 했다. 기사 부족으로 최근까지 택시당 2명이 교대 근무를 했지만 요즘은 1명이 하루종일 몰고 있다.

5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세영(38)씨는 요즘 운전대를 놓을 지 고민 중이다. 하루 18시간 가까이 핸들을 잡지만 월수입은 160만원을 밑도는데다 요금인상으로 업체 측이 사납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 김씨는 "한때는 개인택시 면허만 바라보고 참았으나 개인택시마저도 수입이 좋지 않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버스기사는 큰 인기

버스업계는 밀려드는 지원자들로 인해 난감한 처지다. 지난해 9월 버스 기사 2명을 뽑은 한 버스회사는 비공개 채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통해 지원자가 100여 명이나 몰려 홍역을 치렀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관광버스, 택시, 대형 화물트럭 기사, 견인차, 학원 차, 레미콘 운전 경력자 등 화려한 운전경력을 갖춘 이들이 많아 선발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3년 전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매달 300만원(10년차 기준)의 월급이 보장되는 등 기사 처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년보장, 자녀 장학금·교통비 지급 등 각종 복리혜택까지 추가되면서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운전면허시험장은 연일 대형 면허증을 따겠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대형운전면허 응시자는 모두 1천434명.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48명에 비해 186명(15%)이 늘었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이기훈 담당은 "시내버스 기사가 되려는 이들로 인해 대형 면허 하루 최대 응시인원인 80명을 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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