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대구 중앙로는 '무법지대'

▲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가 한창인 대구 중앙로에는 요즘 버스 승객과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이 질서없이 뒤엉켜 사고 위험이 크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가 한창인 대구 중앙로에는 요즘 버스 승객과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이 질서없이 뒤엉켜 사고 위험이 크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시 중구 중앙파출소 앞. 교통 체증에 차량들이 엉켜 이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약전골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은 끼어들기를 시도했고 직진 차량들은 도로를 가로 막고 있는 빈 택시와 가세해 차량 경적을 울려댔다. 보행자들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차량들 사이로 곡예하듯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요즘 대구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대구역~반월당네거리 1.05km)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는 중앙로는 해만 떨어지면 '무법지대'로 변한다. 퇴근시간대만 되면 2개 차로로 줄어든 도로는 차량들이 뒤엉켜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고 보행자들은 예사로 도로를 무단횡단 한다.

중앙로 국민은행 앞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는 김모(66) 할아버지는 최근 귀가시간이 1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공사로 인해 2개였던 버스정류장이 하나로 줄면서 많은 버스가 한꺼번에 서거나 그냥 지나쳐 제 때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한 대의 버스를 놓쳐다는 김 할아버지는 "기다리는 승객이 있어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회사원 이훈민(33·동구 신천동)씨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일단 뛰어야한다"며 "위험하게 버스 앞 도로까지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아슬아슬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날 서너 대의 버스가 정류장 앞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은 한꺼번에 우르르 달려들었고 마치 술래잡기라도 하듯 버스를 타려고 이리저리 뛰었다.

한 택시기사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퇴근 길이면 일대 교통은 마비 수준"이라며 "골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고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42)씨는 "승강장이 하나로 통합된 것도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본 뒤에 알았다"며 "승강장 통합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대구시의 교통행정을 질책했다.

공사로 인해 인근 소방도로와 골목으로 우회하는 차량이 늘면서 주변 상가는 물론 보행자들까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분식집을 하는 한 상인은 "공사를 하면 당연히 불편은 감수해야겠지만 지금은 불편 정도가 아니라 고통 수준"이라며 "공사가 끝나는 11월까지 이런 고통을 겪으려니 걱정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면 중앙로가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거리로 탈바꿈하는 만큼 참아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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