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3공단, 세무사기 날벼락…80여 업체 줄도산 위기

대구 북구 3공단 80여 영세 사업장들이 '세무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 업체들은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각종 세무업무 대행을 무자격 세무사에게 맡겼으나 이 무자격 세무사가 납부 세금 상당액을 횡령해 가산세까지 보태 다시 세금을 내야 할 처지다. 북대구세무서에 따르면 3공단 내 80여 업체에서 추징할 세금은 9억원을 넘는다.

◆줄도산 우려=금형제작업체 사장 A(46)씨는 지난해 7월 북대구세무서에서 날아온 독촉장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8건의 체납 세금 4천700여만원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꼬박꼬박 납부한 것으로 여겼던 세금이 미납 상태였던 것이다. A씨는 "지난 2002년부터 세무업무 대행을 맡겼는데 그동안 단 한번도 세무서에서 세금 미납 사실을 연락하지 않았다"며 "세무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나니 허탈하다"고 혀를 찼다. 그는 "불경기로 시골에 사놓은 부모님 묘소 터까지 압류된데다 세금 체납으로 매일 가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는 B(74)씨도 4천여만원의 세금 추징을 통보받았다. 빚을 내 세금 일부는 납부했으나 대출도 어려운데다 매일 가산금까지 붙고 있어 막막하다고 했다. B씨는 "공장 문을 닫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피해 업체는 대부분 사장 혼자 일하는 영세업체들로 매출규모가 작아 경리직원을 둘 형편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수익금을 복지사업에 쓴다는 무자격 세무사를 믿고 너도나도 장부를 넘겨주었다가 탈이 났다. 세무 대행 사기꾼들의 수법은 교묘했다. C(60·여)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세무서에 전화를 걸었으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서 안심하고 거래를 해왔다"며 "세금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횡령하는 수법을 썼기 때문에 업주들은 미납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감면 안 되나요?=피해 업체들은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세금을 정확하게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구제가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납부 유예기간이 대부분 이달로 끝나 다음달에는 체납 세금과 가산금을 내야 한다. 업체들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처리를 요청한 상태다.

세무서 관계자는 "억울한 점은 있지만 본인 부주의로 발생한 사태여서 세금 감면 혜택을 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한 세무사는 "부가세 등 체납 세금은 부과하더라도 사기로 인한 세금 미납인 만큼 가산세만이라도 감면해 영세업체들에게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 영세업체들의 세무업무를 대행해준 L(45·여)씨 등 2명은 지난해 10월 국세청 인터넷 사이트에 세금계산서를 허위기재하는 방식으로 800여개 업체의 세무대행을 해주고 3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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