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上京 활동 첨병 '서울사무소 사람들'

"시장님 힘내세요. 서울엔… 우리가 있잖아요~"

▲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보좌진들의 모임인 \
▲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보좌진들의 모임인 \'보리모임(회장 권태윤 주성영의원보좌관)\' 행사에 가면 잘보여야 하는 의원 보좌관·비서관을 한몫에 만날 수 있어 대구경북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초대받지 않아도 늘 참석해 말없이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곤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리 모임\' 신년교례회. 사진제공-보리 모임

'가자 서울로!'

경북도와 대구시는 물론 영양과 영덕, 울진 등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서울행이 러시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가 수시로 서울을 드나든 지는 이미 오래고, 기초단체장들도 예산을 부탁하거나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지역 관련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자주 서울을 찾고 있다.

덩달아 각 지자체의 서울사무소 설립도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 서울사무소를 설치, 운영한 지자체는 경북도와 대구시, 구미시 등 3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항시와 김천시, 상주시가 약속이나 한듯이 2007년 동시에 서울사무소를 개설했다. 지난 17일에는 청도군이 7번째 서울에 '전초 기지'를 마련했다. 영양군도 4월 개소를 목표로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다. 경산시와 영천시, 영덕군과 울진군, 성주군 등도 상경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목적은 예산 따내기?

이명박 정부 들어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서울사무소 설치에 나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경북도 권오승 서울지사장은 "예산 확보가 주목적"이라고 했다. MB정부 이후 고향 사람들이 정부의 각 부처 요직 자리를 잡아가자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사업을 부탁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예산을 배정하는 중앙 부처에 있는 고향 사람들을 찾아 인사를 하면서 얼굴을 익히고 소주라도 한 잔 하게 되면 예산 확보할 때 꽤 효과가 있습니다."

지자체 서울사무소장(경북도는 서울지사장)은 지자체의 서울 대리인이다. 하지만 말만큼 쉽지 않다. 중앙 부처 고위공무원을 만나기에는 직급이 낮아 주로 과장급 이하를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바쁘다거나 시간이 없다며 만나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웬만한 푸대접은 각오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포항시 서울사무소장은 5급이지만 나머지 지자체의 서울소장은 6급. 국회의원 보좌관이 4급이고, 웬만한 중앙 부처 과장급은 대부분 3급 부이사관이다. 콧대 높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레벨이 맞지 않다'며 만남을 피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들 서울소장들은 20~30년 간 공직 생활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직급이 다소 낮아도 활동력 있는 공직 경력과 연륜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당당하게 맞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서울사무소장은 "주요 부처에 포진하고 있는 출향 인사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학교나 고향 선·후배라고 찾아가는 것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죠. 같은 고향이 아니더라도 몇 번씩 찾아가 정성을 다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봅니다"고 했다.

◆서울주재 비서실장 겸임?

시장, 군수의 서울 나들이가 잦아졌다. 지역 특산물 판촉 행사, 상품 판로 개척, 홍보 행사가 자주 서울에서 열리는 까닭이다. '사장(지자체장)'의 서울 나들이를 미리 준비해 불편함 없도록 하는 것이 서울사무소의 큰 임무다. 시장, 군수가 서울 지리에 서툴어 자칫하면 행사에 지각하기 일쑤라 미리 동선을 파악해 모시고 다녀야 한다.

단체장의 서울 의전도 그들의 몫이다. 서울에 간 시장, 군수들이 여러 부처를 찾아다니고, 인사 하고, 예산 확보에 나설 때 '부킹(?)'이 필수다. 한 서울사무소장은 "단체장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회의원에게 로비(?) 하는 등 일정을 지역에서 짜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부지런하고 발이 넓어야 한다"고 했다.

시장·군수나 시·도 간부들의 경조사를 대신 챙기는 것은 가장 성가신 일이다. 특히 조사의 경우 잘 알지도 못하는 고인에게 절을 하는 등 예를 갖춰야 한다. 한 직원은 "경조사만 없어도 서울사무소 생활은 해볼만하다"고 털어놨다.

◆효과는 어느 정도?

과연 큰 효과가 있을까. 대구시와 경북도(6~7명)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의 서울사무소의 파견 인원은 1~3명에 불과하다. 1명인 곳도 있다. 따라서 서울사무소 설치에 따른 추가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현재 대구시 서울사무소 1년 예산은 6억여원, 경북도는 8~9억원 정도. 다른 지자체는 이보다 훨씬 적다. 연간 1~2억 정도인 곳이 대부분이다. 파견 직원들의 주거비 지원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다. 활동비도 넉넉지 않다.

한 관계자는 "별도의 업무추진비가 없어 사비를 털거나 입으로만 인사치레 하는 것이 힘든 점"이라며 "맨입 부탁이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서울사무소가 주로 입주한 지방공제회관 등은 임대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 그래서 재정이 열악한 작은 시군도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북도사무소를 중심으로 일선 시군의 서울사무소를 통합 운영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구경북 전체를 생각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예산 확보 노력도 공동으로 하는 등 공조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전라남도가 7개 시·군의 서울사무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은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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