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 대한민국의 노태우 대통령 그리고 조선인민공화국(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정상회담(頂上會談)을 마치고 만찬장에서 다시 만났다.
공식회담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저녁식사 자리였기 때문인지 몇 순배의 술잔이 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누군가가 기발한 제의를 했다. 5개국 정상이 각자 자신의 신체 중 가장 자신있는 부분을 빗대어 자기 나라의 자랑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한국의 노 대통령과 북한의 김 주석이 다소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모두가 재미있는 이벤트라고 즐거워하는데다 좌중의 박수소리에 압도되어 그만 동의를 하고 말았다.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 대처 총리가 먼저 일어섰다. 그녀는 양장 윗도리와 블라우스까지 훌러덩 벗어젖히고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비옥한 국토"를 외쳤다. 박수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대영제국의 옛 영화와 기름진 국토를 상징하는 퍼포먼스에 모두가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뒤이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고르바초프는 시원하게 벗어진 자신의 대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넘기며 "광활한 영토'라고 목청을 돋웠다. 소비에트연방의 드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몸짓에 역시 박수가 뒤따랐다.
그 다음에 일어선 부시 대통령은 그리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미합중국이야말로 영토가 넓고 비옥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데 대처와 고르바초프가 먼저 써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자세를 추스른 부시는 바지춤을 끌어내리더니 커다란 포신(砲身)을 꺼내보이며 "강력한 무기"라고 포효하듯 외쳤다.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 통치권자의 늠름한 제스처에 또다시 큰 박수와 감탄이 잇따랐다. 다음은 한국의 노 대통령 차례.
노 대통령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삼천리 금수강산'조차 두쪽으로 갈라졌고, 군사력도 드러내놓고 자랑할 입장이 못 되니…. 노 대통령은 부시처럼 일단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는 휙 돌아서 엉덩이를 내밀며 하는 말이 "분단된 조국"이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노 대통령의 더할 나위 없는 전위예술에 가장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정작 황당해진 쪽은 북한의 김 주석이었다.
오직 하나 남은 카드가 '분단된 조국'이었는데 남한 대통령이 그만 앞서 꺼내버린 것이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남은 술잔까지 비운 김 주석은 밖에 있던 부인 김성애 여맹위원장을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곤 부인의 치마끈을 풀어헤치더니 단속곳까지 끌어내리면서 탄식하듯 내뱉는 말인 즉 "은밀한 땅굴"이었다.
크건 작건 나라와 민족마다 나름대로는 자랑거리가 있고 숨기고 싶은 아픔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정말 분단국이라는 서러움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인가. 천만부당한 말씀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이다. IT와 전자 조선 제철 자동차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양의 블랙홀'인 중국 옆에서 자주적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를 지켜온 하나뿐인 나라이며, 미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일본을 무시할 수 있는 내공을 지닌 나라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 아이큐가 세계 1위이고, 문맹률이 1% 이하인 유일한 나라이다.
그뿐인가. 세계 유수대학의 1등 자리를 휩쓸고 다니며,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스타들을 수없이 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늘 선진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처럼 외고 다니는 국민을 가진 나라이다.
인류 역사상 그토록 짧은 기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와 정보화를 모두 이루어낸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던가. '문명의 충돌' 저자 사무엘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는 그 비결을 '한국의 발전 지향적 문화'에서 찾았다. 그런데 누가 우리 역사를 부끄럽다고 하고, 누가 우리의 국력을 비하(卑下)하는가.
IMF 구제금융 체제 탈출과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에서 보듯, 우리는 신바람이 있는 겨레이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단결할 줄도 아는 정(情) 많은 민족이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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