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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학의 동양학 이야기] 정조의 건강

최근 조선의 개혁군주로 각인된 정조가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노론 벽파의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어찰·御札)가 공개되면서 역사학계에서는 정조에 대한 기존 시각에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과연 정조가 건강이 악화되어 죽었는지, 아니면 독살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재연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조의 사주를 분석해 건강을 추정해 본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따르면 정조는 임신년인 1752년 9월 22일 새벽 축시경에 태어났다. 따라서 정조의 사주명조는 아래와 같이 임신년(壬申年) 경술월(庚戌月) 기묘일(己卯日) 을축시(乙丑時)에 해당한다.

사주팔자(四柱八字)란 이와 같이 연월일시의 기둥(柱)이 네 가지이고, 천간과 지지가 각각 네 가지라 하여 생긴 말이다. 한편 중국 송대의 서자평은 생일을 기준으로 잡아 운명을 보았기 때문에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이라고도 한다.

생일을 기준으로 오행을 적는데, 정조의 사주와 같이 토가 일간이면 토-금-수-목-화의 순서로 오행을 적는다. 정조의 음양오행 구성을 보면 음4, 양4개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다.

여기서 음양은 천간의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가운데 갑병무경임은 양이요, 을정기신계는 음을 말한다. 정조의 생일을 나타내는 일간은 기토 음간이다.

정조의 오행을 분석하면 토가 3개(기토·술토), 금이 2개(경금·신금), 수가 1개(임수), 목이 2개(을목·묘목)로 화가 없다. 사주에 화가 부족하면 시력이 나빠질 수가 있는데, 실제 정조는 시력이 나빠 안경을 착용했다고 한다.

사주명식에서 목·화·토·금·수 가운데 어느 것이든 많거나 부족하면 그 부족한 오행의 부위가 병이 된다. 목은 간담, 화는 심장과 시력, 토는 비위와 당뇨 및 피부병, 금은 폐와 대장, 수는 신장과 방광에 이상이 생긴다.

보통 오행을 분석할 때 사주의 기운을 나타내는 신강과 신약을 구분해야 하지만 또한 한습한 사주와 난조한 사주로 분류해 보아야 정확한 판정이 나온다. 보통 봄과 여름생이 행동파이고, 가을 겨울생이 사색형으로 분류된다.

정조 사주에서 특이한 점은 가을태생이고 습한 사주로 사색형에 한습창을 앓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즉 생일의 기토는 축토와 같이 한습하고, 생년의 임신년 역시 임수와 신금이 한습하다. 또한 월의 경금과 태어난 시가 습토인 축토라, 사주 천지가 한습한 구조이다. 일주 기묘에도 근육에 힘이 약하고 잔병치레를 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오행으로 분류해볼 때 정조의 건강은 선천적으로 토가 강하고, 목화가 부족한 한습한 사주로 시력과 피부병 및 당뇨질환과 한습창을 앓은 것이 결국 49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류동학(혜명동양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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