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박물관 특별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장롱 속 한평생, 우리 할매 시집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올해 경북 민속문화의 해를 기념, 상주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김유희(34) 학예연구사의 기획으로 문을 열었다. 김 학예사는 지난해 경북도 학예연구사 모집에 합격한 새내기 학예사로 발령받은 후 몇 개월만에 큰 일을 해낸 것이다.
"50~60년전 근대의 굴곡진 역사를 몸소 살아온 기혼여성들의 생활사를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상주시 일대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수십년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그들의 한맺힌 시집살이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았다. 도록에는 할머니들의 구수한 사투리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할머니들을 뵙기 위해 작년 겨울 내내 김진형 학예연구사와 김미주 학예연구원과 함께 노인정을 찾아 나섰습니다."
처음엔 할머니들의 반응은 '젊은 사람들이 할마이들 살아나온 거 들어서 뭐해여. 참 빌 걸 다 물으러 댕기네'라며 냉담했다.
하지만 의도를 설명하고 몇 번씩 찾아간 결과, 낡은 사진과 저고리를 꺼내 보여 주셨다는 것.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장롱속에서 묻혀 그냥 사라져 버릴 처지였던 시집올 때의 저고리와 버선, 부서질 듯 낡은 사진들이 햇볕을 보게 된 것이다.
도록을 펼치면 첫장부터 어르신들의 기구한 운명과 시집살이 이야기가 구수한 상주말로 생생하게 쏟아져 나온다.
"중신애비 말만 듣고 신랑 얼굴도 못 보고 시집왔지. 눈코가 백힌는 동, 안백힌는 동 모르고 왔지. 일년되도 몰랐어. 그집에서 밥해먹고, 빨래씻고, 일하고 심부름하고 그래 살았지."
박물관 도록은 전시유물만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장롱 속 한평생, 우리 할매 시집이야기'는 총154쪽 분량으로 할머니들이 평생 간직한 유물과 그 속에 담긴 기구한 사연들이 엮어져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민속문예를 전공했고 '여성소리꾼의 생애사에 따른 민요의 자기화와 창조적 형상화'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호종 박물관장은 "새내기 학예연구사의 눈물겨운 노력이 50여년 동안 장롱속에 있던 할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했다"고 칭찬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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