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6회 대구연극제 14일부터 26일까지

연극, 인간소외·시대를 고민하다

봄꽃이 화사한 4월, 제26회 대구연극제가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간의 일정으로 대구시민회관 대극장, 문화예술전용극장 CT, 씨어터 우전 등 소극장 일원에서 열린다.'1극단 1소극장'체제를 갖추면서 양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대구 연극계가 올해는 관객들에게 어떤 역량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태석 대구연극협회장은 "예년의 경우 시대성이나 역사성을 띤 작품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인간 소외와 같은 사회성을 띤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제에는 총 8개 작품이 출품된다. 경연 부문에 극단 고도의 '녹차 정원(이시원 작/추지숙 연출)', 예전의 '어미곡(김종석 작/연출)', 한울림의 '박무근 일가(이대영 작/천정락 연출)', 처용의 '이구아나(김태수 작/성석배 연출)' 등 4개작과 비경연 부문에 온누리의 '무서운 가족', 마루의 '데이트', 대구무대의 '비오는 날의 축제', 이송희 레퍼토리의 '타이피스트' 등 4개작이다.

경연작 중 '녹차 정원'은 뇌성마비 장애를 앓는 형의 사랑을 이뤄주려는 가족의 애틋한 정을 다루고 있다. 여자 친구와 사랑에 빠진 동생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형의 첫 여자를 찾아 함께 멋을 내고 외출한다. 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이들의 귀가를 기다린다.'어미곡'은 지난해 대구 연극제에서 '오장군의 발톱'으로 대상을 수상한 극단 예전의 작품. 고려장 풍습 때문에 늙은 어머니를 계곡에 버린 아들은 몰래 어머니를 보살핀다. 노인은 사람들이 겪는 가난의 이유가 도깨비의 저주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꾀를 내 저주가 풀리도록 한다. '박무근 일가'에서는 시아버지 살해 혐의로 재판대에 선 이순임이라는 여자가 주인공. 순임은 남편이야말로 살해범이라고 소리치지만, 남편은 이미 얼마 전 자살했다. 순임의 회상 속에 가족들이 한 명씩 등장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재구성해 보인다. '이구아나'는 12·12 사건에 대한 비판 글을 신문에 실은 한 작가가 외부의 압력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한다. 병든 아내의 속옷을 빨며 상념에 젖어있던 작가는 자신이 쓰던 소설의 결말을 바꾼다.

비경연 부문 가운데 '무서운 가족'은 소외된 쪽방 거주자들과 탐욕스런 인간의 대립을, '데이트'는 우연히 공사장 벤치에서 만난 가난한 연인이 느끼는 사랑의 설렘을 보여준다. '비오는 날의 축제'는 정신과 여의사가 한 통의 편지를 통해 비밀스런 가족사에 다가가는 과정을, '타이피스트'는 두 남녀가 20대에서 60대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연극제 시상식은 25일 오후 열릴 예정이며, 대상 수상작은 5월28일부터 6월16일까지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7회 전국 연극제 대구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공연 문의는 053)606-6334, 관람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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