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독도다운 풍경은 무엇일까? 숲이 우거진 독도, 새들의 낙원인 독도도 좋지만, 가제바위에 바다사자 즉 '강치'가 무리지어 뛰노는 광경이 단연 독도 본래의 모습이며 독도다운 풍광일 것이다.
지금 독도에 강치는 있을까 없을까? 독도에서 물개와 물범은 최근 가끔 발견된 적이 있으나 바다사자인 강치는 20년 전부터 나타났다는 기록이나 보고가 없다. 결론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독도 접안장에서 나타난 해양동물이 강치가 아닐까 하고 독도가 흥분에 휩싸였다. 울릉군도 독도 근해 조업 중단이란 초유의 조치를 내렸지만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물개로 판명되었다. 강치는 일본 해역에서도 최근 수십 년 간 발견된 적이 없어 그들은 이미 1991년 멸종을 선언한 상태이다.
강치와 물개는 어떻게 다를까? 이들 유사 해양생물은 크게 바다사자과와 물범과로 나눈다. 바다사자과의 종(種) 분류는 물개·바다사자·큰바다사자로 나눈다. 여기서 물개와 별개로 바다사자·큰바다사자를 강치라고 부른다. 물범과는 물범·고리무늬물범·흰띠박이물범으로 분류된다. 이들 물범 종류는 서해안 백령도에 집단서식하고 있다.
5년 전에는 독도 구접안장 부근에 한 마리 나타난 적이 있었다. 물범은 경비대원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놀다가곤 했는데 결국 독도 삽살개가 콧잔등을 물어뜯어 죽였다. 2007년 겨울에도 한 마리가 해안 자갈밭에 떠밀려온 것을 경비대원들이 바다로 보내준 적이 있다.
바다사자과와 물범과의 가장 뚜렷한 식별 기준은, 바다사자과는 육지로 올라와 걸을 수 있도록 뒷다리가 발달해 있으며, 귓바퀴가 있고 앞다리 발가락 끝에 발톱이 없거나 퇴화했으며 대부분 털의 색상이 진갈색이나 검은색(암컷은 회색)이다.
바다사자과 내에서의 물개와 강치는 사촌간이지만 몇몇 특징에서 차이가 난다. 물개는 주 서식지가 한대지역이며 강치는 온대지역이다. 독도 주변의 바다사자과 생물 중, 물개는 캄차카반도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것들이 겨울 동안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치는 독도 인근에서 무리를 이뤄 새끼를 낳고 생활한다. 이 독도강치와 같은 종류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령(領) 갈라파고스에서 다수 서식하고 있는 바다사자들이다. 물개와 강치는 물속에 있을 때는 전문가들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물개는 주둥이가 짧고 강치는 상대적으로 길다. 물개는 뒷발 발가락 다섯 개 길이가 나란한 반면 강치는 1번과 5번 발가락이 다른 셋보다 길다. 물개는 귓바퀴가 커서 접히기도 하지만 강치는 작고 쫑긋하다. 물개는 몸통 털이 엉클어진 듯 조잡하며 뒷발 발목까지 털이 덮여있는데 강치는 털이 가지런하다.
강치 즉 바다사자 가운데서도 바다사자와 큰바다사자는 덩치가 크게 차이가 난다. 바다사자는 보통 몸 크기가 2.3~2.5m이며 체중도 500㎏ 정도인데, 큰바다사자 수컷의 최대 크기는 몸길이 3.25m에 1천120㎏으로 덩치가 거의 2배 크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말까지도 우리 독도에는 이들 큰바다사자와 바다사자가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풍경이 목격되었다. 생존 독도의용수비대원과 어부 그리고 독도경비대 근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독도 서도 가제바위를 중심으로 수백 마리의 새끼와 어미들이 무리를 이뤄 살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환경부에서는 강치 서식을 위한 실태조사를 지난해 시작해 오는 6월에 마칠 계획이다. 이후 2015년까지는 22억6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본격적인 종(種) 복원사업을 시행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저기 봐! 물개다. 아마 200마리쯤 되겠다. 황소 몇 배만 하구! 과연 장관이었다. 200여마리의 바다사자가 질서정연하게 목을 쭉 빼고 우리들이 탄 배를 향해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 보급선이 옆으로 통과할 때 대장격인 바다사자는 괴이한 고함소리를 질렀고 모두 따라 복창하듯이 소리를 지르는데…."(홍순칠 저 '이 땅이 뉘 땅인데')
서도 물골 앞 가제바위는 독도강치들의 터전이었다. 연락선이 독도에 오면 으레 가제바위 앞을 돌아나간다. 독도를 찾는 연간 1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도 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이 보았다는 강치들의 도열을 하루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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