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우리의 미래는 교육개혁

가장 변화가 느린 교육부문 40년전 과제 아직도 못풀어

경제위기로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視界(시계)를 멀리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 1971년 4월 당시 과학기술처가 발간한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 연구' 보고서를 다시 꺼내 보았다.

KIST와 미래학회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작업에는 200여명의 과학기술자들과 800여명의 다른 분야 전문가 등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1천명 이상의 지성들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에 한국이 추구할 기본적 가치, 인구, 경제, 과학기술, 생활환경, 교육 등 6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이 추구할 기본적 가치로는 평화, 자유, 풍요, 합리성, 인간성, 아름다움, 건강, 가정, 국가, 창조 등이 제시됐다. 창조를 기본적 가치의 하나로 설명하는 대목은 신선하고도 이채롭다.

"보다 평화롭고, 보다 자유롭고, 보다 풍요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아름답고,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끊임없는 창조를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

인구부문에선 2000년 한국의 총인구를 4천700만명으로 거의 정확하게 예상했다. 그런데 65세 이상 고령자의 구성비를 4.5%로 보고 있다. 2000년 65세 고령자 비중은 7.3%였다. 고령화 속도가 과거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부문은 2000년의 한국경제의 규모는 1970년의 14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지만, 실제로는 8.4배 증가했다. 전망오차는 1970년부터 20년간 연평균 11%, 그리고 그 이후는 연간 10%로 성장률을 너무 높게 가정한 데 기인한다.

과학기술부문을 보면 연구원 수를 8만5천명으로 국민소득 대비 연구비를 2.5%로 전망했는데 2000년 현재 연구원 수는 16만명, GDP대비 연구개발투자는 2.4%이다.

미시적인 부문에 있어서는 크게 빗나간 전망도 많다. '전자계산기는 현재의 20대에서 1만대로' 증가한다는 전망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컴퓨터가 이렇게 보편화될 줄은 1970년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 가장 높은 가치를 생산하는 정보화사회를 향해 줄달음치는' 정보혁명의 진전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생활환경이 변화하는 모습도 흥미롭게 전망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1가구 1주택이 실현될 것이며, 전국의 자동차도로가 완전 포장되고 서울-부산 간을 2시간 이내에 연결하는 초고속 대중교통수단이 생길 것으로 보았다. 10사람에 1대 정도의 승용차가 보급될 것이라고 했는데 2003년에 승용차가 1천만대를 초과했다. 정년퇴직 후에는 최저생활이 사회적으로 보장될 것, 골프가 대중화될 것, 도시마다 종합예술센터를 갖게 될 것 등과 같은 전망은 대부분 실현되었다. 지난 40여년간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성취를 돌아보게 하는 전망들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문을 보자. 보고서는 경제적 富(부)의 확대는 교육에 보다 큰 재정적'물질적 지원을 가능케 하지만, 한편 산업화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는 교육에 대해서 새로운 요구를 낳게 할 것이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계 진출이 증대한다거나 교육자의 단체교섭을 위한 조직이 대두된다는 전망 등이 있긴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부문 과제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커리큘럼 개혁은 각급학교에 있어서 좀더 구조화된 지식을 제공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지식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기회를 갖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반영한다. 1971년에 발간된 보고서를 지금 다시 읽는 것은 얼마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였는가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30여년 후의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였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보고서를 때로는 감탄을 하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읽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위치한 교육부문에 이르러서는 탄식이 나온다. 40여년 전에 설정한 교육부문의 과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문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사회경제구조의 변화로 초래되는 새로운 요구에 가장 더디게 부응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교육개혁에 달려 있다.

서중해(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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