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커먼 속살 그대로 드러내…하늘에서 본 산불피해 현장

▲ 7일 오후 헬기에서 내려다 본 경북 칠곡군 지천면 산불 피해지역. 소나무가 숯덩이로 변한 가운데 가운데 산소마저 까맣게 그을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7일 오후 헬기에서 내려다 본 경북 칠곡군 지천면 산불 피해지역. 소나무가 숯덩이로 변한 가운데 가운데 산소마저 까맣게 그을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깊고 넓었다. 7일 오후 산불 피해 현장인 달성군 옥포면과 칠곡군 지천면 일대를 헬기를 타고 살폈다.

하늘에서 바라본 산불 피해 현장은 참담했다. 봄 기운을 타고 녹음이 배어가던 산림 곳곳은 시커멓게 그을린 속살을 드러냈다. 숨죽이던 불씨들이 강한 바람을 타고 되살아나면서 사흘째 매캐한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당초 이날 오후 2시쯤 잔불 정리를 마치면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강한 바람이 취재진을 가로막았다. 잦아들던 바람이 거세지면서 피해 현장 주변을 따라 잔불이 꺼졌다 살아나길 반복했다. 이 때문에 산불진화용 헬기들이 끊임없이 뜨고 지며 물을 뿌려야했고 결국 취재진은 오후 6시쯤 헬기에 오를 수 있었다.

먼저 피해가 극심했던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10분 정도 비행하자 검게 그을린 산림이 시야에 들어왔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소방용 헬기들은 창평지에서 물을 빨아올려 부지런히 피해 현장 주변으로 나르고 있었다. 비행 고도 150m 높이에서 천천히 현장 주변을 돌았다. 칠곡군 지천면에서 동명면 방향으로 산 능선을 따라 불길이 이동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목격됐다. 산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 능선은 거대했던 불길로 숯이 돼 버렸지만 서쪽 능선은 울창한 숲을 유지해 대비됐다.

조금 더 날아가자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창평리 녹봉사 산신각과 관음전, 녹봉정사 등이 시야에 잡혔다. 고도를 조금 낮추자 불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기둥과 잔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불길에서 불과 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이 앞다퉈 대피하던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곳곳에 안치된 묘소들도 이발기구로 밀어버린 까까머리처럼 검고 둥근 형태만 남아있었다.

산 곳곳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계속 피어올라 언제 다시 흙(부엽토)속에 잠복해 있던 불씨가 되살아날지 알 수 없었다. 그 끈질김이 지긋지긋하다. 칠곡군 일대 산림은 6, 7일 이틀간의 화재로 85.2ha(25만7천728평)가 소실됐고 8일 오전까지도 완전 진화되지 않고 있다.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도로에서 미처 보이지 않던 산 뒤편으로 넘어가자 화마가 난동을 부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취재진과 함께했던 헬기 조종사는 "이 일대는 워낙 경사가 급한데다 소나무 숲이 짙어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암석까지 많아 애를 먹었다"며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산불현장"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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