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굴뚝없는 공장' 호텔산업, 대구서도 통한다

대구의 호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최근 대구시내 호텔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투숙객을 끌어들인 호텔로 떠오른 노보텔.
▲ 최근 대구시내 호텔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투숙객을 끌어들인 호텔로 떠오른 노보텔.
▲ 인터불고호텔이 노보텔에 맞서 최근 명품관(사진)과 도자기 전시관을 갖추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대구의 호텔산업이 경쟁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인터불고호텔이 노보텔에 맞서 최근 명품관(사진)과 도자기 전시관을 갖추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대구의 호텔산업이 경쟁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대도시에는 어느 곳에서나 호텔이 성업중이다. 뉴욕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의 고급 호텔은 객실에 머물려면 하룻밤 자는데 100만원짜리가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누구나 묵고 싶어하고, 독일의 호텔도 전시회 시즌이 되면 부르는게 방값이라도 서로 투숙하려 아우성이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굴뚝없는 공장'이며 부가가치의 산실인 호텔을 통해 엄청난 부(富)를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주변 인구까지 아우르면 400만명에 육박하는 대도시 대구는 이런 세계적 조류와는 너무나 뒤떨어져있다. 아직도 원료를 가져와 넣고, 노동력을 투하하면서 완제품을 끊임없이 실어날라야 하는 제조업을 통해서만 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구 호텔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외국에서나 봤던 노보텔 브랜드가 진입, 단숨에 외국인 숙박객 점유 1위 호텔로 올라서면서 호텔간 경쟁 구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대구의 호텔산업은 과연 커나갈 수 있을까?

◆예전엔, 무력했던 대구 호텔산업

최근 몇년간 대구 호텔산업은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폐업 도미노가 이어졌다.

대구 한복판인 중구의 경우, 2003년 7월 동인호텔이 폐업했다. 2005년말엔 쎈추럴관광호텔이 휴업에 들어가더니 지난해 3월 결국 폐업했다.

한때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이었던 영진아미고호텔(옛 금호호텔)은 지난해 2월 휴업에 들어가더니 올초, "오는 10월까지로 휴업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신고서를 행정기관에 전달했다.

동구에서도 2005년 10월 휴업에 들어간 힐사이드호텔이 아직까지도 휴업을 계속 중이고 2007년 2월엔 동방관광호텔이 문을 닫았다.

서구에서는 2006년 6월 엠파이어호텔이 폐업했고 남구에서도 2004년 7월 앞산호텔, 2005년 3월 힐탑호텔이 각각 셔터문을 내렸다.

수성구에서는 2007년 1월 황금호텔이 영업 마침표를 찍었고 달서구에서도 2006년 10월 삼일호텔과 2006년 11월 아리랑호텔이 각각 폐업했다.

대구시 집계 결과, 한때 30곳이 넘었던 대구시내 호텔은 22곳(특1급 3곳·특2급 7곳·1급 9곳·2급 2곳·3급 1곳)만이 이달 현재 영업중이다.

◆요즘은, 어느 호텔이 영업 잘하나?

올들어 대구의 특1급호텔 가운데 발군의 성적을 올린 것은 단연 노보텔이었다. 노보텔은 지난해 7월 개점초기 104명의 외국인 숙박객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8월 이내 1천명을 넘어서더니 올 2월엔 인터불고를 누르고 외국인 숙박객을 가장 많이 유치했다.

하지만 아직은 인터불고가 1위라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로 1, 2월 외국인 숙박객 숫자를 종합해보면 인터불고가 1천667명으로 1위, 노보텔은 1천401명으로 2위다.

그랜드호텔의 선전도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랜드호텔은 객실 숫자가 150실뿐으로 인터불고(342실)·노보텔(204실)에 뒤지지만 올들어 외국인 숙박객을 1천276명이나 유치하면서 인터불고나 노보텔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랜드호텔 양정윤 총지배인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객실 점유율이 항상 80%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숙박객 집계를 들여다볼 때 특2급호텔 중에는 프린스호텔(6천538명)·세인트웨스튼호텔(5천363명)·제이스호텔(3천46명)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1급 호텔 중에서는 서구 내당동에 있는 대구호텔의 성적이 돋보인다. 대구호텔은 지난해 대구시내 1급호텔 중 가장 많은 5천90명의 외국인 투숙객을 유치했다. 2위는 가든호텔(3천406명), 3위는 아리아나호텔(2천933명)이었다.

대구호텔 이상봉 과장은 "대구호텔은 창립 이후 19년간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 유치에 힘을 쏟아왔다. 성서공단쪽 비즈니스 손님들이 많다. 이제 네트워크가 잘돼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무조건 대구호텔을 찾는다"고 했다.

1급 대구호텔이나 특2급 세인트웨스튼호텔의 예를 볼 때 성서공단을 배후로 하는 대구 서부 벨트에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들이 한해 1만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래엔, 어떻게 활성화해야하나?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이 23만여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5.6%나 늘어났다. 부산의 한 호텔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일본인 투숙객이 그 전해 같은 시기에 비해 최고 70%까지 늘어났다. 엔화 가치가 떠오르면서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는 '엔고 특수'에서 예외였다. 대구 모든 호텔의 올 1, 2월 외국인 투숙객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고작 6% 늘어나는데 그쳤다.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관광경영학 전문가들은 "대구는 안된다"는 선입관부터 버려야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가꿔놓으면 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서비스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호텔산업도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희 대구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존에 있는 것에다 뭔가 색깔을 입혀야 한다. 지금 대구가 어떤 장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재창조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구의 매력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별볼일 없다'고 생각한 곳도 사람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탈바꿈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세인트루이스는 수변카지노로 성공을 거뒀고 일본 도쿄는 삿뽀르 맥주공장이 옮겨간 자리에 이 공장을 기념하는 박물관과 공원을 조성, 사람들이 몰려오는 관광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전국 대도시중 가장 좋은 대구의 교통·도로여건을 감안해 자전거문화를 확산시키는 녹도(綠道), 즉 그린웨이 계획이나 2군사령부 등의 군부대를 거대한 도시숲으로 탈바꿈시키는 녹색도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지역민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여러 계획들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레 외국인도 온다는 것.

강인호 계명대 관광경영학부 교수는 "법적 규정을 완화해 면세점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하고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영남권 신공항 신설이 어렵다면 김해공항이라도 대구가 보다 편리하게 써먹을 수 있도록 심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의 오페라·뮤지컬 공연이 장점이라면 이를 통한 대구만의 특별한 밤문화(Night Life)를 만들어내야 한다. 세계 유명 도시들은 모두 아름다운 밤문화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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