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지방건설업을 살려야 하는 이유

지역경제 차지하는 비중 절대적, 정부 발주공사 국가차원 배려를

지난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족쇄를 채워 나갈 때 지방의 한결같은 요구는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한 잣대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선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이후 소형 아파트를 시작으로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갔고 자고 나면 아파트 가격이 1천, 2천만원씩 올랐다. 투기꾼들은 지방으로 날아가 지방 부동산까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자 당시 정부는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규제를 만들겠다며 전국을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 버렸다. 수도권의 문제가 전국의 문제로 인식된 탓이다. 지방과 서울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건설'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수도권을 중시하던 전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미분양이 급증하던 지방에서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면제' 등 시장에 즉효를 가져올 조치를 건의해도 수도권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의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자 결국 부동산 규제 전면 완화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시장에서 거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시기를 놓쳐 불을 지피지도 못한 채 갑자기 들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한데 최근 단행된 건설사 퇴출 관련 결정을 보면 역시 지방은 고려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말 시공능력 101~300위권의 70개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한 결과 대구경북에선 태왕, 화성개발 등 2개 업체가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됐다.

중요한 건 업체 수가 아니라 평가 잣대다. 지방 아파트 사업장이 60%를 넘으면 최하등급, 40% 미만이면 A그룹에 속하도록 규정했다. 지방 건설사들의 사업장이 대부분 지방에 있으니 수도권 업체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과 달리 건설업은 해당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건설사들이 휘청거리면 지역 경제는 그로기 상황으로 내몰린다.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크다. 고용효과만 봐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투자 10억 원당 16.6명으로 제조업보다 6명 이상이 많다. 전 산업 평균 14.7명도 훌쩍 뛰어넘는다.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설업이 회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의 건설업이 살기 위해선 해당 지역에서의 정부 발주 공사 지역업체 참여 등 국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대구의 경우 2천억 원에 달하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건립 공사와 950억 원에 이르는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모두 외지업체에 돌아갔다.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229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공사 입찰에 지역업체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구체화될 4대 강 살리기 사업이나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에 의한 연안 개발 사업에도 지역업체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찰자격사전심사(PQ) 기준에 지역업체와의 공동도급 여부를 심사요소로 하는 '배점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턴키공사 경우 '지역건설업체 참여비율을 설계평가 때 반영한다'는 내용을 입찰 공고 시점부터 명문화할 필요도 있다.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2만1천여 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방의 경우 양도세 면제기한을 현행 '1년 내 구입, 5년 내 양도'에서 '10년 내 양도'로 대폭 완화하는 것도 적극 고려돼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주택 구입 자금 출처조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것도 경기 회복의 한 방법이 된다.

건설업체들이 예뻐서 도와주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부동산 거품에 기대어 막대한 수익을 노리며 투기를 부추긴 업체들도 많다. 내남없이 분양가 높이기에 나섰다가 결국 수렁에 빠져 버렸는데 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업계 스스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거세다. 사주들이 돈을 빼돌렸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가 우리 지방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가 너무 큰 까닭이다.

崔正岩(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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