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른 애들 급식 받을때…나는 그냥 물로 때워요"

#1. 대구 ㄷ초교에 다니는 이모(9)양은 요즘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다. 학교 급식비를 6개월째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7년째 앓아 누워 있고, 어머니가 식당일로 버는 8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어려운 형편임을 알아 어린 나이지만 급식비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라 학교 급식이라도 제대로 먹고 싶지만 급식비를 내지 못하면서 공연히 눈치가 보여 자주 밥을 굶는다.

#2.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살고 있는 고교생 김모(17)양은 최근 "급식비가 밀려 급식을 못 먹는다"는 선생님 말에 마음이 상했다. 김양은 "초교 때부터 줄곧 들었던 말이었지만 그날은 너무 속상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시에서 지난해 급식비를 3개월 이상 미납한 초·중·고교생은 442명, 경북도에선 725명으로 조사됐다.

◆급식비 없어 눈물짓는 아이들…

C(14)양은 얼마 전 급식비 문제로 아버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학교에서 밀린 급식비를 빨리 내라고 독촉한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아버지에게 보냈다. C양의 아버지는 20년간 동성로에서 노점상을 하다 지난해 강제철거 당한 뒤 8개월째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처지다. C양은 "아버지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밀린 급식비(29만원) 납부 독촉에 자존심이 상해 화장실에서 울다가 어쩔수 없이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8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월 5, 6만원의 학교 급식비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학생이 지난 한 해 동안 초교생 36명, 중학생 72명, 고교생 334명 등 모두 442명이며 전체 미납액은 6천556만4천원에 이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불황 탓에 급식비 미납자가 2006년 93명에서 2년만에 4배나 늘었다"고 했다. 경북도 경우 지난해 3개월 이상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은 초교 388명, 중 148명, 고 189명 등 모두 725명이고 전체 미납액은 1억5천만원이다. 2007년 386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급식비 지원 확대해야…

대구천사후원회의 이강문 회장은 "최근 불황으로 공납금은 물론 급식비를 제때 내지 못하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며 "학생 중에는 자존심 때문에 다른 곳에서 급식비를 지원받는 대신 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적잖다"고 전했다.

급식비 미납 학생이 갈수록 늘자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급식비 지원 대상을 늘리고 있다. 올해 3만7천361명(전체 초·중·고교생의 9.4%)의 학생에게 13억2천여만원의 급식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3만5천306명에게 10억6천여만원을 지원했다. 경북교육청도 지난해 200억원을 급식비로 지원했고, 올해는 269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빈곤층 추가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가정 학생 이외에 각 학교에서 인정하는 빈곤층 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시교육청 윤연옥 급식지원담당은 "지원 대상을 전체 학생의 10%까지 확대하기 위해 사업비 15억원을 추경예산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성애 대구전교조 수석부지부장은 "많은 학교에서 학교발전기금 등을 통해 급식비 미납분을 충당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며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들만이라도 급식비를 무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