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立身揚名(입신양명)

'立身揚名'(입신양명)은 孝經(효경)에 나온다. 공자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라 했다.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드높여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라는 뜻이다.

出典(출전)에도 나타나다시피 효경은 공자가 제자인 증자에게 전한 효도에 관한 내용을 뒷날 모은 것이다. 그리고 이 문구는 효경의 맨 처음인 開宗明義(개종명의) 장에 나온다. 孝(효)에 관한 한, 가장 원칙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예전의 立身(입신)이란 대개 出仕(출사)를 의미했다.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가는 것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 누구 집 자식이라는 이름을 드날림으로써 부모의 어깨를 으쓱거리게 하는 것이 효의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는 부모들이 많은 요즘도 이 문구는 확실히 유효하다. 다만 양명의 기회가 많아 출사가 꼭 관직으로 나아감만을 뜻하는 게 아님이 좀 다를 뿐이다.

이 문구는 자주 쓰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늘 무시된다. 立身이라는 낱말과 함께 붙어있는 '行道'(행도)의 의미이다. 도를 행한다는 것은 올바른 길을 간다는 뜻일 터이다. 관리의 올바른 길이란 공평무사하고 청렴결백한 것이다. 깨끗한 관리가 돼 부모의 이름을 알려야지 부정한 돈을 받거나 瀆職(독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입신에 이은 양명은 행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행도가 없는 입신양명은 최악의 불효와 같다. 매일같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히 입신양명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행도를 무시함으로써 양명은 오히려 汚名(오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지난 주말, 9급 공무원과 순경 채용 시험에 무려 17만여 명이 응시했다. 평균 경쟁률이 공무원은 59.3대 1, 순경은 26.1대 1이나 됐다. 이들 중 소수는 자신은 물론, 부모들이 원하는 입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행도를 따르지 않는 한, 입신은 오히려 불효의 길로 가는 것과 같음을 강조하고 싶다.

효경의 첫 머리에 立身揚名이 있는 것은 바로 '行道'를 강조하기 위한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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