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산불 사태는 사람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10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인근 산에서 난 불이 사흘 동안 임야 13㏊와 나무 4만5천여 그루를 태운 뒤 겨우 진화됐다. 같은 날 경주 감포읍 야산에서도 불이 나 임야 9㏊를 태웠다. 전국적으로는 그제 20건, 어제 11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6, 7일 경북 칠곡에선 100㏊ 이상의 산림을 초토화한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이달 들어 전국 산에서 '산불 폭탄'이 터지고 있다. 하루 평균 12건 이상 산불이 나 애써 가꾼 수목들이 한 줌 잿더미가 되고 있다. 1일부터 12일까지 산불 151건이 발생해 300㏊가량의 산림이 불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발생은 5배 이상, 피해면적은 6배 이상 늘어났다. 식목일을 전후한 4~15일에 일 년 산불 피해면적의 절반 이상을 태우는 악순환이 올해에도 되풀이된 것은 물론 그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산불 사태가 당분간 숙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강수량이 예년의 100분의 1밖에 안 돼 전국적으로 건조 특보가 내려져 있는데다 기온마저 예년 평균보다 3도나 높아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비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입산자 실화가 38%나 되고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로 모든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의 부주의가 산불 사태의 주범인 것이다.

17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월 호주 빅토리아 주 산불에서 보듯 산불은 산림뿐만 아니라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우 예보가 없는 만큼 산불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대국민 담화처럼 산을 찾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 산불 예방에 적극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정신 나간 짓을 따끔하게 처벌해야 한다. 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산불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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