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거주지와 상관없이 원하는 고교에 진학할 수 있을까? 10일 공개된 대구 일반계 고교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 연구 용역 결과는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에서 수성구 특정 학교에 진학하려는 열기, 즉 '수성구 드림'은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 '4당5락'(초교 4학년 때 자녀를 수성구에 전학시키면 명문대 합격시킬 수 있고, 5학년 때 전학하면 명문대에 떨어진다는 뜻)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특정 지역 학교에 대한 쏠림현상은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집값 상승과 사교육 시장 확대, 지역 간 학력 격차 고착화 등이다. 현재의 고교배정 방식(2개 학군별로 1차 선지원 40%·2차 강제배정 60%)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교 배정 방법 개선 연구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학교 선택권 확대와 지역 간 학력 차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학교 선택권 확대에 따라 고교들은 학생 유치를 위해 면학 분위기를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또 학생의 지원에 따른 추첨 배정으로 바뀌면, 수성구 '인기 고교'로의 학생 쏠림현상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교육청은 TF를 구성해 용역내용을 검증하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 등 연구 당시 고려되지 않은 사항을 보완, 검토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반영방법과 시행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들어가는 2011학년부터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 안팎에선 이번 연구용역 결과가 단순히 '연구'에 그치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시행 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임기가 7월 15일까지인 현 교육감이 배정방식 개선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며 "교육감 퇴임 후 부교육감 대행체제에서 실행하는 것은 더욱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학생, 학부모 등 수많은 사람의 이해가 얽힌 고교 배정 개선이란 '뜨거운 감자'를 떠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교육청이 용역결과가 나온 지 2개월이 지나서야 보고회를 가진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교육청 내부에선 용역보고서가 나온 뒤 보고서 내용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시교육청 관계자까지 참여해 '액션 플랜'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2개월 동안 보고서는 담당 부서의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가 지난 7일 연구팀과 협의한 뒤 3일 뒤인 11일 서둘러 보고회를 가졌다.
교육정책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도 인기에 영합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접근은 학생,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학교를 동요하게 만든다. 반대 여론이 있다면 대의와 원칙 아래 설득하고 협조를 당부해야 할 것이다. 8년째 대구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조용한 마무리'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고교배정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해 연구용역을 맡긴 만큼, 교육감은 경륜을 살려 혁신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실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김교영 사회1부 차장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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