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어가는 봄밤, 대구는 '오텔로'에 빠져…

시립오페라단, 23일 오페라하우스서 초연

▲대구시립오페라단이 23~25일 초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대구시립오페라단이 23~25일 초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는 웅장한 연주와 실험적인 무대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커튼'에는 이례적으로 주인공인 탐정 에르큘 포와르가 자살한다. '커튼'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생전에 쓰고 그가 사망한 뒤 발표된 대표작. 수많은 살인 사건을 해결해 온 명탐정은 이 작품 속에서 일생일대의 완전 범죄범을 만난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교묘하게 부추겨 살인을 시키는 범인은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결국 명탐정은 범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게 되는데, 한 권의 책을 친구에게 남김으로써 사건의 내막과 범인의 정체를 암시한다. 세익스피어의 '오텔로'. 오텔로를 조종해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게 한 '질투'가 범인의 수법이었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이 23~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공연하는 '오텔로'는 대구에서 초연되는 작품이다. 베르디가 73세때 발표한 오텔로는 그가 쓴 오페라 중 최고로 꼽히는 그랜드 오페라. 작품의 깊이뿐 아니라 대형 무대의 규모 때문에 민간 오페라단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구시립오페라단 김성빈 예술감독은 "오텔로는 베르디의 예술혼이 집약된 웅장한 작품"이라며 "시립오페라단의 기량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텔로는 질투에 눈 먼 한 영웅적인 남자의 비극적인 몰락을 그린 대작이다. 질투는 오텔로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운 아내와 높은 지위를 차지한 흑인 장군 오텔로에 대한 부하 이야고의 질투가 부각되지만, 이면에는 흑인이라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아내의 사랑마저 동정으로 여기는 오텔로의 질투가 숨겨져 있다.

오페라 '오텔로'의 전반부는 웅장하고 스펙타클하다. 터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키프로스 섬으로 귀환하는 오텔로의 개선 모습은 영웅적인 면모에 맞춰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이야고의 간계에 빠져 충성스런 부하와 아내의 관계를 의심하고 끝내 아내를 제 손으로 죽게 만드는 후반부는 어둡고 비극적이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이번 '오텔로'는 실험적인 무대가 큰 관심거리다. 기존의 사실적인 무대 대신 상징적인 무대가 연출된다. 막이 열리면 거대한 아그리파 두상이 무대 중앙에 놓여 있다. 배우들은 두상의 안팎을 드나들거나 무대 위에 떠있는 구름다리 위에서 합창을 한다. 아그리파 두상은 오텔로의 궁전이면서 집이요, 분열돼 가는 오텔로의 내면이다. 이재진 제작기획 담당은 "인간의 나약함과 왜소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갈등과 번뇌에 의해 파괴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 곡들도 기대할만하다. 이야고의 '나는 오로지 잔인한 신을 믿는다', 데스데모나의 '버들의 노래'는 오텔로의 명곡으로 꼽힌다. 오텔로 역에 테너 김남두, 이동환, 손정희, 데스데모나역에 소프라노 류진교, 오희진, 이정아, 야고역에 바리톤 우주호, 오승룡, 김승철이 연기한다. 공연은 23·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4시. 문의 053)623-5859, 1588-789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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