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유통시장의 제품형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돈이 없으니 종전보다 더 적은양의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파악한 제조회사들이 물건 크기를 줄이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작아야 잘 팔린다
토마토·양송이·당근·파프리카·오이·양배추·사과·바나나 등 야채와 과일 부문에서 미니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야채·과일의 경우, 큰 것을 사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버리는 양이 최소화돼 알뜰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
상품을 대용량으로 묶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특징인 대형소매점까지 '미니 바람'이 불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감자, 양파, 마늘 등을 소용량으로 담아 990원 균일가에 출시한 '990 야채'는 출시 한 달 만에 240만개가 팔려나갔다. 990 야채는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상품으로 자주 구입하는 신선식품 중 14종을 선정해 소용량으로 포장한 상품.
롯데마트도 지난달부터 '970원 야채'를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적은 크기를 골라가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경기 바람을 가장 많이 타는 와인도 몸집을 줄이고 있다. 매출이 크게 줄어 들자 미니 와인이 최근 나오기 시작한 것. 일반 와인의 3분의1 용량인 미니어처 와인이 주인공이다. 가격은 1병(250㎖)에 3천500원선. 2, 3잔 정도 용량에 불과하다.
전통주·양주·소주 등도 미니어처 주류를 내놓고 있다. 정품 용량의 3분의1, 심하게 줄인 것은 10분의1 용량도 있다.
2~4개만 들어있는 쿠키, 65g짜리 소용량 컵라면, 소포장 김치도 판매량이 급등하고 있다. 미니 고추장(60g)·쌈장(200g 미만)·참기름(55ml) 등은 용량이 적어지면서 값도 1천원 안팎까지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가 올들어 3월까지 식용유 매출을 분석한 결과, 0.9ℓ 상품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64.2% 늘었지만 1.8ℓ는 21.1% 감소했고, 참기름 역시 320㎖는 30.2% 증가했지만 900㎖는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요네즈 역시 315g 상품은 15.1% 신장했지만, 525g은 11.2% 감소했다.
◆너, 덩치 너무 커!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낭비해서 버리는 음식을 최소화하는 소형 냄비를 비롯해 미니 프라이팬과 식기 등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1인용 음식만 조리할 수 있는 조리기구도 있다.
그릴과 빵굽기, 보온·해동 등이 가능한 미니 전기 오븐, 미니 전기밥솥까지 나와 있다.
세탁기까지 작아졌다. 삼성전자 '아가사랑 세탁기'는 용량 3kg짜리 소형세탁기다. 가격이 30만원대에 불과하다. 기능도 최대한 단순화시켜 일반세탁과 탈수, 삶음 기능 등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해놨다. 식구가 적은 30대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실버세대도 이 제품 구매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 노트북보다 작고 가벼워진 '넷북(NetBook)'의 인기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가격대를 80만원대까지 크게 낮춰놓은 제품이 나왔다.
대백프라자점 식품팀 남형수 팀장은 "미니 제품들은 식품과 생활·가전용품 등 모든 영역에서 최근 종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출 역시 해마다 5~10% 정도 신장하고 있다"며 "알뜰소비가 확산하는 것이 이런 제품을 늘리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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