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업성취도평가 관리 '0점'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지난해 10월)는 시험실시부터 성적집계까지 오류투성이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성적 허위보고 등의 사태가 발생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답안지 65만장(전체의 7.3%)이 사라졌고, 성적 산출 및 보고과정에서 총 1만6천400여건의 오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답안지 폐기 사례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대구, 서울, 대전, 전북 등 4개 시·도교육청에 대해 경고, 경북, 충남, 전남 등 3개 교육청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답안지도 없고, 보고도 엉망=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오류 파문과 관련, 1개월간 조사한 결과 전체 900만장의 답안지 중 65만장이 해당 학생 졸업이나 교사 전보, 교실변경, 학교 리모델링 공사 등에 따른 취급 소홀로 유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전북 임실 등의 경우처럼 성적을 잘못 보고하는 등 오류 사례가 전국적으로 총 1만6천402건이 발견됐다. 대부분의 오류는 학교에서 응시생 숫자를 잘못 입력하거나 주관식 문제 채점결과를 전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무리한 평가 공개가 원인=무더기 오류사태는 학교와 교육청이 시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데서 비롯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교과부가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생긴 것이란 게 학교 현장의 지적이다. 대구 수성구 A초교 교장은 "당초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의 B초교 교사는 "시험 감독과 채점, 집계와 보고까지 학교에서 책임지도록 한 것은 전수평가와 성적공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고1 '기초 미달' 적다=교과부 재집계 결과에 따르면 고교 1학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대구의 경우 국어 3.2%로 16개 시도교육청중 9위(비율이 낮은 순서)였지만, 수학(5.4%)과 영어(3.2%)는 각각 4위를 기록했다. 경북의 경우 국어 2.6%로 6위, 수학(6.3%)과 영어(3.8%)는 각각 7위를 나타냈다.

초교 6학년의 기초 미달 비율은 대구의 경우 국어 2.5%, 사회 2.3%, 수학 1.5%, 과학 1.9%, 영어 3.3%로 나타났고, 경북의 경우 국어 2.5%, 사회 2.5%, 수학 1.8%, 과학 2.4%, 영어 3.3%였다.

중학교 3학년의 기초 미달 비율은 대구가 국어 5.4%, 사회 6.2%, 수학 7.6%, 과학 7%, 영어 3.6%로 조사됐고, 경북의 경우 국어 7.4%, 사회 8.2%, 수학 10.6%, 과학 8.2%, 영어 4.4%로 확인됐다.

재조사 결과에 따른 성적 분포는 지난 2월 16일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전국 단위에서 5개 교과별 기초 미달비율이 초6은 1.5∼3%, 중3은 6.2∼13%, 고1(일반계)은 5.3∼12.6%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가관리 시스템 개편=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교원,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부터 평가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앞으로 초·중등학교 모두 표준화된 OMR 카드를 사용하고 시험감독은 복수로 이뤄진다. 채점은 교육청이 별도 채점단을 구성, 일괄 채점하고 결과 보고는 전산시스템으로 자동 집계한다.

교과부는 또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도교육청 주관의 교과학습 진단평가 등으로 나뉘어진데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교과학습 진단평가와 통합하기로 했다. 따라서 올해부터 국가수준에서는 10월에 초6, 중3,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만 치르고, 초교 3학년생은 시·도교육청이 3월 초4∼중3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진단평가를 함께 치른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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