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했으나 되레 빚만 늘었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15일 오후 대구 중구 북성로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을 찾은 주부 J(34)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올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J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며 은행 대출을 갚느라 1천300만원의 빚을 졌다. 4년 전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대출받은 1천900만원의 이자로 인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던 J씨는 결국 지난 1월 23일부터 단기 연체자가 됐다. "개인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재조정)이 인정되면 신용등급은 낮아지지만 신용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죠." 신용회복위원회 이선인 대구지부장의 조언에 J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불황의 직격탄에 우는 서민들="지금 예약을 하셔도 이틀은 기다리셔야 됩니다." 지난 13일 개인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는 사흘 내내 상담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5일 오전에도 이미 이틀 뒤까지 상담 예약이 마감된 상태여서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작정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많았다.
13, 14일 이틀간 상담을 받은 사람만 355명에 이른다. 방문객은 500여명으로 평소보다 두 배가 넘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상담시간이 30분~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7명의 상담원이 하루종일 매달려도 소화하기 힘들다"고 했다.
상담자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이나 폐업, 소득 감소 등으로 찾은 30, 40대 자영업자나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 임모(35)씨는 2년 전까지 번듯한 카센터와 세차장 사장이었다. 줄어드는 손님에 신용카드 대출로 버텼지만 금세 한계에 부닥쳤다. 남은 빚과 생활고에 가정불화를 겪던 임씨의 가정은 깨졌고, 재취업을 통해 빚을 갚으려 했지만 자녀양육비와 대출이자를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임씨는 120개월간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사전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대부업체 무임승차 우려=개인 프리워크아웃제도는 금융권 대출 5억원 이하에 연체기간이 1~3개월인 채무자에 대해 채무 상환기간을 늘려주는 제도다. 빚을 연체하면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상환 능력이 없는 단기 채무자들은 결국 장기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쉽다. 개인 프리워크아웃 신청이 인정되면 연체 이자 감면과 함께 연체 정보가 삭제되고 경매 등 법적 절차나 급여 압류 등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각 금융기관마다 동의를 받고 이자율을 다시 계산해야 해 접수부터 확정까지 45~60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프리워크아웃제도는 해당 금융기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동산담보대출 등은 인정받기 힘들다. 또 대부업체와 HSBC 등 일부 외국계 은행 등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빚을 졌을 경우 채무조정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채무금액이 적더라도 이자가 비싼 대부업체의 빚을 먼저 갚게 되면서 채무조정에 동의한 금융기관보다 미협약기관인 대부업체에서 빌린 채무를 먼저 갚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이 경우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대부업체 채무를 저축은행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채무이전을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탄핵심판 선고 앞 폭동 예고글 확산…이재명 "반드시 대가 치를 것"
노태악 선관위원장 "자녀 특혜 채용 통렬히 반성" 대국민 사과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시대의 창-김노주] 소크라테스의 변론
선관위 사무총장 "채용 비리와 부정 선거는 연관 없어…부실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