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학교별차 심하고 평준화지역에서도 점수차

교육당국이 그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를 전격 공개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수능성적 공개는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학교 서열화, 점수 위주의 경쟁, 입시경쟁 심화 등은 물론 자칫 평준화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개 배경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수능성적 자료를 전격 공개한 직접적 원인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요구 때문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안병만 장관에게 "(지역 간 성적분석을 위해) 수능 원자료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에 안 장관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교과부는 수능성적 자료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 검토를 벌여왔고 지난달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단위까지 성적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에 교과부가 평가원을 통해 공개한 성적 자료는 국회의원들이 성적자료 열람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자료가 가공, 해석되는 것을 막고 평가원이 전문적인 시각에서 바람직한 연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지역 간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을 우려해 수능성적 자료를 공개하는 것 자체를 '금기'로 여겨왔다. 조 의원의 '요구'와 안 장관의 '화답'이 이번 성적 공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성적 공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예상된 조치이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보면 수능성적 공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란 분석이다.

학교·지역 간 경쟁을 통해 건전한 발전을 이뤄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해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는 것은 교과부 차원의 결정을 넘어 사회적 요구이며 '성적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논리다.

◆공개 파장 클듯

평가원은 수능성적 자료 공개에 대해 향후 교육정책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파악해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열경쟁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그동안 철저히 비공개 원칙이 유지됐던 수능성적 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지역, 학교 간 서열화는 물론 향후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대구 달서구 A고교 교장은 "자녀의 성적에 대해 민감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능성적이 낮은 지역은 학부모들 사이에 기피지역이 될 것"이라며 "지역별, 학교별 학력 격차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개 범위를 등급별로 묶고 개별 학교의 성적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16개 시·도별 성적 수준이 공개된 이상 앞으로 시·군·구와 학교별 공개도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구지부 관계자는 "이번 수능성적 공개로 지역과 학교 간 서열화, 무한경쟁, 평준화 해체, 3불 폐지는 한층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교육적 효과, 사회적 파장, 정책적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수능성적을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논란만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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