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북한의 미사일 기술

3천km이상 발사 '성공적 실패' 우리 기술력도 北에 못지않아

아리랑 위성으로 남쪽부터 사진을 찍으면, 휴전선을 넘자마자 국토의 색깔이 초록에서 갑자기 누렇게 바뀐다. 그만큼 북한의 산림이 황폐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지난 4월 5일 우리가 나무를 심는 사이, 북한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뒤로 하고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다행히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는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미사일로는 3천㎞ 이상의 발사 능력을 과시한 성공적 실패였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단편적인 정보로 그 윤곽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연구는 1960년대 함흥군사연구소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이집트에서 획득한 스커드 B를 복제, 화성 5호를 개발함으로써 급속히 발전하였다. 무게 6t, 길이 11m의 화성 5호는 추력 13t급 액체 엔진을 사용하며 사거리는 300㎞이다. 이어 개발한 스커드 C급인 화성 6호는 탄두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500㎞까지 연장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큰 전기는 1980년대 스커드 엔진을 개량, 추력 27t의 노동 1호를 개발한 것이다. 노동 1호 개발에는 구 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스커드 B를 개발한 마키예프 기술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 1호는 북한의 노동 지역에서 서방에 처음 관측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내부적으로는 화성 7호로 불린다. 무게 16t, 길이 16m인 노동 1호의 사거리는 1천200㎞로 추정되며 1993년에 첫 발사 시험을 하였고,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 개발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1998년에 발사한 대포동 1호는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 로켓을 쓰고 그 위에 2단으로 스커드 B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단으로 노동이 아니라 스커드 엔진 4개를 묵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3단은 고체 킥 모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게 33t, 길이 27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는 1t 탄두를 2천500㎞ 이상 운반할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대포동 2호는 무게 75t, 길이 약 32m의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 엔진 4개를 묶어 약 110t의 추력을 내고, 그 위에 다시 노동 로켓 1개를 올려 2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3단은 고체 킥 모터, 또는 액체 엔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1t 탄두를 적재했을 경우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6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은 로켓 엔진 분야는 상당한 기술력이 있으나, 미사일을 정확히 조정하거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정밀유도 기술, 그리고 시스템 신뢰성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의 미사일은 1970년대 나이키 미사일을 개조한 백곰 지대지 유도탄이다. 당시 개발 목표는 사거리 300㎞ 이상이었으나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여 180㎞로 제한됐으며, 80년대 초에는 많은 로켓 연구원들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후 현무 지대지 유도탄, 천마 지대공 유도탄 등 첨단 유도탄 개발을 모두 성공시키며, 지금은 세계 선진국 수준의 정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복잡한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한'미 미사일협정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못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주발사체 개발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기술통제협정(MTCR)과 헤이그행동규약(HCOC)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없다. 또한 북한과 달리 과학 및 산업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 로켓 1, 2, 3호를 모두 성공시키고, 금년에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KSLV1 로켓 발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KSLV1은 대포동 2호와 길이는 비슷하나 무게 및 추력 면에서 거의 2배의 성능을 가진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KSLV1 개발과 병행하여 노동급인 추력 30t급 액체 엔진 기술을 자체 개발하였으며, 지금은 추력 75t급 엔진을 개발 중이다. 2018년 발사 예정인 KSLV2는 길이 50m, 무게 200t의 3단 로켓으로 1.5t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1단은 추력 300t으로 자체 개발한 75t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KSLV2까지 성공시키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권의 로켓 선진국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로켓 기술은 절대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국민적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KSLV1 발사 성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자들을 응원하자.

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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