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32)는 아주 밝았다. 활동을 한 11년 동안 총 1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았고 수많은 시상식에서 당당하게 최고상을 차지했던 베테랑 가수지만 마치 신인처럼 즐겁고 신나게 얘기했다. 스스로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사랑이 많다. 행복하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소집해제 된 후 금세 나올 줄 알았던 7집 '세컨드 하프(Second Half)'가 11개월 만인 지난 9일 나왔다.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만큼 자신 역시 갈증이 심했다.
"제목처럼 이번 음반은 제 음악 인생의 후반전을 여는 음반입니다. 전반전에서 전 엄청난 영광도 얻어봤고 실수도 했죠. 10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군복무를 하면서 하프타임을 가졌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조성모의 음반답게 수많은 유명 작곡가, 작사가들이 힘을 보탰다. 김형석 윤종신 이승환 윤사라 정지찬 강현민 등이 참여했다. 후반전을 새로 여는 음반은 조성모 하면 바로 떠오르는 발라드를 주로 담았다. 타이틀곡 '행복했었다' 역시 조성모의 미성이 돋보이는 발라드곡이다.
조성모는 전반전에서 발라드뿐 아니라 록'댄스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러나 대중은 그 가운데 발라드를 가장 '조성모다운' 음악으로 생각한다. 이번 음반에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조성모다움'을 십분 담았다.
"이번 앨범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한 교두보입니다. 이번 음반을 만들며 '조성모의 음악이 맞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이 변하고 싶었지만 일단 다음으로 미뤘어요. 저는 소집해제 후 바로 음반을 내지 않고 지난해 말쯤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긴 공백이 있었고 신곡도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수많은 팬들이 공연에 와 주셨어요. 그분들이 원하는 음악은 가장 '조성모다운' 음악이었죠. 팬들의 요구에 화답을 한 후 그 다음에 변신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믿어요."
여느 가수처럼 복귀하며 음반을 내지 않고 공연을 한 게 특이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나에겐 무대가 필요했어요.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한 번 무대에 서는 것만 못하거든요. 그래서 무대를 택했죠. 전 10년을 활동하면서 공연할 때마다 '빈자리'란 것을 몰랐어요. 그런데 작년 공연을 통해 '빈자리'를 봤고 그런 기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배웠죠. 빈자리가 있긴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4년 만에 공연을 펼친 저를 만나기 위해
오신 분들에게 한없이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조성모는 스스로를 힘든 상황에 처하게 하면서 감사를 배웠다. 팬들에게 감사할 줄 알게 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 어린 날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가졌던 오만과 치기도 깨끗이 버렸다.
"매니저에게 하루도 쉬지 않게 해 달라고 했어요. 하루에 뭐 하나라도 꼭 하게 해 달라고 했죠. 정규 음반을 내지만 전 싱글 음반을 여러 장 내는 것처럼 꾸준하고 길게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음반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싱글 앨범이나 미니 앨범이 대세인 상황에서 조성모는 12곡의 신곡이 꽉 들어찬 정규 음반을 내놨다.
"1년 내내 음반 활동을 할 겁니다. 요즘은 신곡을 내놨다가 반응이 없으면 금세 접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집인 구리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FC서울의 연습구장이 있어요. 거기에 이런 말이 써있죠. '포기하면 경기는 끝난다'고요. 음반시장이 어렵다고 할 때 오히려 끈기 있게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음반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낙심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때문에 활동을 접지도 않을 겁니다."
조성모의 각오와는 별개로 그의 음반은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선주문만으로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에서는 실시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음악 다큐멘터리 '히든 트랙 by 조성모'를 통해 지난 1일부터 하루에 한 곡씩 공개된 신곡은 팬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앨범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이런 앨범을 갖고 한두 달 활동을 하라고 하면 억울하죠.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팬들도 평가를 빨리 하시면 안 되실 거예요. 한번 듣고 '좋다, 나쁘다'를 가리기에는 너무 많은 정성과 노력을 담았어요."
특별한 해외 프로모션조차 하지 않았지만 일본 등지에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조성모다. 한국 가수로서의 자존심도 높다.
"아시아의 문화적 맹주는 한국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해외에서 활동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처럼 전 제가 억지로 해외에 가는 것보다 그들이 찾을 때 가는 방법으로 외국 팬들을 만날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활동을 시작하니 참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깨닫는다는 그다. 음악시장에 희망이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11년차 가수 조성모는 시장의 탓만 하며 정체돼 있을 생각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노래를 하고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생각이다.
"음반이 방송과 행사 등을 위한 수단이 된 시대지만 가사 한 줄에 목숨을 걸며 열심히 만든 음반은 그 진가를 팬들이 알아주실 것이라 생각해요. 음악 팬들의 귀를 믿기 때문에 사실 더 희망이 생깁니다."
조성모는 이번 활동을 하며 발라드 가수의 틀을 벗어난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한쪽 머리를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61kg까지 감량한 슬림한 몸매는 앞으로 그가 보여줄 스타일을 예상케 했다.
"발라드 가수는 꼭 정장만 입어야 한다는 공식은 없잖아요. 제가 요즘 살을 빼서 스키니진도 입는데, 스키니 입고 발라드 부르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요. 틀에 박힌 모습에서 벗어난 스타일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과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했던 조성모지만 이번엔 일단 음악활동에 치중할 계획이다. 가수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이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과 만날 생각이다.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조금 있다가 한다는 겁니다. 제가 원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가수는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일단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나온 만큼 음악 활동에 치중할 생각이죠."
지금과 같은 명랑함과 쾌활함으로는 당장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될 것 같지만 일단 팬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보는 것을 조금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조성모는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팬들과 음악을 통해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