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베토벤이 들려주는 다양한 삶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곡 전곡 연주회 20~23일, 27~30일 7

음악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기독교 경전인 성서가 구약이 39권, 신약이 27권, 그 사이에 39를 파자한 3과 9를 곱한 수가 27이란 수식이 성립되는데 우연의 일치일까. 음악의 구약성서라 불리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평균율 푸가 작품이 48곡이라 4×8=32란 수식이 성립되기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음악 애호가나 전문가들 사이에 오고 간다. 그만큼 베토벤의 전 생애를 통해 그의 음악 이력서처럼 쓰여진 32곡의 소나타들은 베토벤 자신의 생애에 중요한 의미가 될 뿐 아니라 음악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함축성 있게 담겨져 있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중요한 음악사적 문헌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 20(월)~23(목)일과 27(월)~30(목)일, 8일간에 걸쳐 우봉아트홀에서 대구현대피아노연구회(회장 송장옥 계명대 교수) 32명의 회원들에 의해 연주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음악대학 작곡과 입시 준비를 하고 있던 당시 필자는 부모님을 졸라서 빌헬름 켐프가 연주한 독일 그라모폰 레이블의 LP 11장으로 구성된 전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 음반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불과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음반의 마모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게 돼 첫 전집을 포기하고 다시 전집 한 질을 더 구입하였었다. 듣고 또 들어도 마냥 그 음악의 아름다움, 중후한 베토벤의 울림이 좋기만 했었고, 베토벤 덕분에 음악의 구성과 작곡과 사상의 연관성, 그리고 음악의 본질을 깨달아가기 시작하였던 아름다운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대학 입시 지정곡이었던 제9번 마장조를 비롯하여 여러 곡들을 직접 연주해 보면서 화음들의 나열이 주는 음악적 성취감도 느꼈으며, 작곡가 베토벤과 피아니스트 켐프 할아버지와 감상자인 필자가 깊은 3자 대화를 나누는 듯 묘한 음악적 경험을 하였던 기억도 있다. 그러한 작곡가와 켐프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대곡의 음악적 구성과 음악의 통일된 조화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32작품 속에는 작곡가의 삶의 시련과 정신적 승리를 비롯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작품의 제목이 없는 절대 음악 작품들도 있고, 작곡가 스스로 제목을 붙인 표제 음악도 있으며, 그의 작품을 사랑한 후대의 명인들이 붙여준 '월광'과 같은 곡들도 있다. 아름다운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노래이기보다는 철학적이며, 본인의 이상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곡도 있고, 기교를 위한 작품들, 그리고 마치 연습곡과 같이 특별한 연주 기교를 위해 연주자들에게 숙제를 던져준 것과 같은 부분도 있다. 무한한 아름다운 환상을 쫓아가는 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들의 놀이도 있고 기쁨, 슬픔, 유서를 써야만 했던 시절의 고뇌와 청력을 잃은 이후의 고독함도 있다. 그리고 승화된 환희 또한 그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느껴보지 못할 엄청난 가치를 지닌 숨겨진 보화들이다.

시립오페라단의 정기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다룬 베르디의 역작 오페라 '오텔로'의 공연을 비롯해 펠리체 남성중창단 공연 등 다양한 의미나 특징을 지닌 음악회가 많이 있지만 음악의 내면적 의미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이 던져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를 원하신다면 꼭 방문을 권하고 싶은 음악회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회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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