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화전 역투 배영수 '부활의 날개' 주목

'토미 존 서저리(Tommy John Surgery)'는 투수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일까. 현대 야구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수술로 구속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16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전은 결과를 떠나 이 수술의 여파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투수의 투구 동작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자연스럽게 공을 던진다면 손등이 바깥쪽으로 향하기 마련이지만 야구에서 이 공은 직구라기보다는 슬라이더성(바깥쪽으로 흐르는 구질)의 공이 되기 십상이다. 우완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눈여겨보면 일반인과 달리 직구를 던지더라도 공을 던진 뒤 팔꿈치는 몸쪽으로 꺾이면서 손등 역시 몸쪽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훈련을 하더라도 이처럼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반복하면 고장이 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토미 존 서저리'의 어원이 된 메이저리그의 투수 토미 존 역시 왼쪽 팔꿈치를 날려먹은 선수였다. 프랭크 조브라는 의사에게 몸을 맡긴 그는 이후 14시즌을 더 던졌고 164승을 추가했다. 이후 손상된 인대를 다른 인대와 교체, 이식하는 수술은 야구계에서 보편화됐다.

16일 등판한 배영수는 2007년 1월 이 수술을 받은 뒤 2007시즌을 고스란히 재활로 보냈고 지난해에도 제 모습을 찾진 못했다. 이날 배영수의 맞상대는 한화의 류현진. 2006년 데뷔와 동시에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로 자리매김했는데 그 역시 고교 시절 이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류현진은 이미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다 완급 조절에도 능한 투수로 성장한 재목이었다.

이날 배영수는 류현진(7이닝 6피안타 8탈삼진 2실점)을 상대로 6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빠른 공은 시속 138~143㎞에 머물렀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비중이 더 높아 예전처럼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진 못했다. 그러나 공끝은 살아 있었고 부활의 화두가 된 구속 역시 올해 초와 달리 조금씩 올라갔다.

이 수술의 효과로 구속이 증가한 경우가 여러 번 있지만 그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히긴 어렵다. 시간을 지나 자리를 잡은 싱싱한 인대 덕분이라고도 하고 수술 후 착실한 재활을 통해 투구에 필요한 근육들이 섬세하게 단련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찌됐건, 무슨 이유에서든 삼성으로서는 이날 배영수의 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반가운 부분이었다.

이날 삼성은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박석민(3타수 2안타 3타점)의 활약을 앞세워 한화를 8대2로 제쳤다. 선발 배영수가 류현진과 대등하게 맞선 가운데 2대2로 팽팽한 승부를 전개하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박석민이 2루수쪽 내야 안타를 뽑아내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김창희의 주자 일소 2루타, 현재윤의 1타점 적시타로 한화를 제압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6일 야구 전적

한화 000 110 000 - 2

삼성 010 100 06X - 8

▷삼성 투수=배영수 정현욱(7회) 안지만(8회) 권혁(8회·1승) 오승환(9회) ▷한화 투수=류현진 양훈(8회·1패) 송진우(8회) 윤규진(8회) ▷홈런=박석민(2회 1점·삼성) 김태완(4회 1점·한화)

LG 6-5 SK(문학)

KIA 3-2 롯데(사직)

히어로즈 1-0 두산(잠실)

■17일 선발 투수

삼성 크루세타 - 두산 정재훈(대구)

히어로즈 김수경 - 롯데 조정훈(목동)

한화 김혁민 - SK 김광현(대전)

LG 심수창 - KIA 로페즈(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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