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으아~ 정말 행복해요" '서민방송'이 좋은 스타 김흥국

누구나 한꺼풀 벗기면 다 똑같다.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이 특히 그렇지 않을까. 군대에서도 '계급장만 떼면' 다 자연인일 뿐이다. 방송인 김흥국(50)씨를 만난 첫 느낌이 그랬다. 바로 옆집 아저씨와 얘기 나누는 듯했다. 인터뷰 시작 전 '스타 대접'에 소홀해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그의 방송철학을 끌어내기엔 부족한 질문 탓에 타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그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아! 나도 스타인데…'라면서 소홀한 대접(?)에 갑자기 투덜이 스머프가 되기도 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은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묻자, '사전에 정치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잠시 불만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자연인 김흥국에게 좀 더 다가가보기로 했다. 지난 8일 서울 한복판 남산에 위치한 교통방송(TBS)에서 그를 만났다.

◆김흥국의 '5대 아이콘'

-기러기 아빠인데.

"호주 시드니에서 3년, 미국 하와이에서 3년, 벌써 6년째 기러기 아빠인데 내년이면 가족이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들 동현(별명 번칠이)이가 벌써 고3이고 딸 주현이는 아홉살입니다. 떨어져 사는데 벌써 익숙해졌지만 보고 싶은 마음만은 더해 갑니다."

-코털의 대명사인데.

"코털이 아니라 콧수염이죠. '김흥국' 하면 바로 콧수염이죠. 20년 넘게 방송하면서 한결같이 유지했으니까요. 코털라인도 있습니다. 가수 박상민, 김건모, 이정, MC몽, 쿨의 김성수 씨 등이 우리 멤버들입니다."

-축구는 원래 좋아하셨나요.

"열한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축구부에 들기도 했습니다. 연예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지요.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제가 온 힘을 다해 응원했던 것이 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해병대'도 접수하셨는데.

"포항 해병대에서 3년간 군복무를 했는데 포항은 저의 제2의 고향입니다. 날짜도 기억합니다. 4월 2일. 그 당시는 1980년대라 고생도 많이 하고,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리' 김흥국을 만들어 준 잊을 수 없는 곳이지요."

-'영원한 10대 가수' 맞나.

"영원한 히트곡 '호랑나비'가 있고, 또 '59년 왕십리'는 불후의 히트곡입니다. 방송인이지만 가수 김흥국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1993년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정규앨범만 8집까지 냈고, 모두 10장의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명실상부한 히트가수죠.(하하)"

◆에피소드와 방송철학

-라디오 방송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었나요.(이 질문에는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김흥국 씨가 소속돼 있는 C&C Media 강철원 대표가 대신 설명해줬다.)

"주로 지난 4, 5년간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사별했는데, 이혼한 걸로 잘못 알아듣고 '아! 성격차이였나요?'라고 물어 청취자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또 '철없는 여자'를 '털없는 여자'로, 미국에 있는 'UCLA' 대학을 '우크라'라고 읽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룹 터보의 새 노래 'CYBER LOVE'를 '시버 러버'라고 읽은 것은 많이 알려진 얘기입니다."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이 방송 콘셉트인가요.

"웃기려고 일부러 하는 게 아닙니다. 전 가수이자 방송인이지 개그맨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편하게 하다 보니 실수가 있는 것이지요. 특히 SBS에서 같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박미선씨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이런 얘기들을 해서 더 많이 알려졌지요. 지금 TBS에서 하는 '김흥국·정연주의 으아~ 행복합니다'에서는 거의 '모범 진행자'입니다."

-방송인·종합예술인으로서 철학은.

"솔직해야 합니다. 천성적으로 꾸미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 생활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굳이 방송철학이 있다면 '서민적 방송'을 지향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부족한 부분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채워가면서 자연스런 방송을 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으아~ 사는 게 너무 바빠'

-친아들, 딸뿐 아니라 양아들, 딸도 있다는데.

"가족이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에 양아들과 딸이 있어요. 해병대에 입대한 가수 이정이 양아들인데, 지금도 한번씩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옵니다. 양딸은 가수 솔비입니다. '퀴즈 육감대결' 등 쇼프로에서 만나 친해졌습니다. 너무 말도 잘하고 똑부러져 좋아합니다. 양딸과 양아들이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 뿌듯합니다."

-또 라디오 프로를 하신다는데.

"인기DJ이다 보니까, 또 SBS가 봄개편에 맞춰 저를 부르네요. 소탈하고 편안하게 진행한다고 다들 제 장점을 얘기하죠. 이번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제가 단독으로 하는 '브라보 라디오'입니다. 매일 오전 11시 5분부터 낮 12시까지 하게 되는데 많이 시청해 주십시오."

-국방부 홍보대사는 어떻게 맡게 됐나.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국군방송 제1스튜디오에서 '2009 국군방송 홍보대사' 위촉식을 가졌습니다. 이제 국방부도 섹시한 여가수나 배우에서 그 흐름을 바꿔 씩씩하고 남성적인 인물을 찾는 것 같아요. 의리 하면 떠오르는 이 김흥국이 해병대에 입대한 가수 이정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처가가 칠곡이라는데.

"제 아내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지금도 처가는 칠곡에 있지요. 그래서 일년에 몇 번씩은 처가를 방문했는데 요즘은 뜸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까요. 저를 포항이나 대구사람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인연들이 있어서 아니겠습니까."(김흥국의 아내는 미스코리아 출신 윤태영씨로, '번칠이 엄마'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픈 질문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 출마설은 어떻게 된 건가요.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했다며 한참을 옥신각신한 끝에) 오랫동안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주변에서 '출마 준비를 해라' '출마하려면 이제 방송은 그만둬야 한다' 등 얘기가 나왔습니다. 출마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출마 제의를 받은 적도, 공천에 대한 얘기를 듣지도 못했습니다. 집사람도 제가 정치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딸 주현이가 연예계 피가 흐른다는데.

"네, 딸이 저를 닮아 그런지 끼가 많은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낸 제 음반인 '사나이 가는 길'에서도 딸과 함께 표지사진을 찍었습니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몰라요. 만약 주현이가 가수가 되거나 연예계로 진출한다면 적극 밀어줄 생각입니다."

-친한 연예인들은 누가 있습니까.

"방송에서 만난 분들은 다들 친한 편인데 특히 태진아, 김건모, 탁재훈씨 등과 절친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연예인은 더 친하지요. 잘 알려진 대로 이정과 솔비에게는 연예계 아버지나 다름없고, 코털모임 친구들도 가끔 만나지요."

-수입은 어떻습니까.

"사실 빠듯합니다. 자녀를 외국에서 교육시킨다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요. 힘들게 벌면서도 그럭저럭 유지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지요. 특히 환율이 오를 때는 더 등골이 휘어집니다. 그래도 열심히 벌어서 가족부양하는 게 보람이지요. 전 밤무대도 안 뜁니다."

-앞으로 뭘 하고픈가요.

"자기관리를 잘해야 오래 사랑받잖아요. 방송인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겐 편하지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시간이 되면 봉사활동도 하면서 이 사회에서 이바지해야지요. '김흥국 장학재단'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죠. 이 모든 걸 잘 해내려면 제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우선이죠."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김흥국은?

1959년생. 고향은 서울 왕십리가 아니라 본동. 서라벌고, 동국대 예술대학원 졸업. 포항 해병대 401기. 1993년 MBC 10대 가수상, 1996년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수상. 한국·미얀마 친선협회 홍보 명예대사, 제1회 세계 해병전우인 축제 홍보대사 역임. 대한가수협회 부회장. 김흥국 장학재단 이사장. 국방부 홍보대사. 연예인 축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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