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현장학습'이란 이름에 서먹함이

이맘때쯤이면 학교마다 봄 소풍을 간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간 소풍 장소는 앞산공원이었다. 집이 봉덕동이었던 나는 해마다 앞산공원 아니면 고산골로 소풍을 갔었다. 그때마다 늘 갔던 곳에 간다고 툴툴거리며 반기를 앞세워 줄을 맞춰 걸어서 소풍을 갔다. 그 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김밥과 삶은 계란, 과자, 음료수 등 가방 안에 가득 넣고 힘들게 걸어가는 길이었지만 기다려지는 점심시간이 있었기에 행복했었다.

어제 작은 녀석이 현장 학습을 갔다. 봄 소풍이라고 하면 정감있고 좋으련만 현장 학습이라고 하니 또 공부하러 가는 느낌이 확 든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작은 녀석 친구 어머니에게 김밥 두 줄 얻어 도시락을 사 줄려고 했더니 기어이 유부초밥으로 도시락을 사달란다. 나 편하고자 김밥 두 줄 얻어 주려 했던 것이 미안하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사주는 도시락만큼 맛있는 것도 없었던 것 같다. 다 같은 김밥이었지만 우리 집 김밥이 더 맛있었던 것은 엄마의 정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작은 녀석도 나의 손맛이 들어간 정성을 원했었던 것 같다. 새벽같이 일어나 유부초밥을 싸고 과일도 예쁘게 깎아 담아 가방 가득 정성을 들여 넣어 보냈다. 맛있게 잘 먹고 친구들과도 나눠 먹었다며 빈 도시락을 가져와 내보이는 녀석이 너무 예쁘다.

옛날 내가 어렸을 적에는 봄이면 봄 소풍, 가을이면 가을 소풍과 운동회로 동네 잔치가 되었는데 요즘은 소풍도 현장 학습으로 수학여행도 현장 학습으로 운동회도 봄으로 옮겨 열리며 다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추억은 내가 어릴 때처럼 고스란히 가슴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빠진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작은 녀석의 웃음 속에서 봄 소풍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강미숙(대구 북구 산격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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