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山(고산) 윤선도는 85년 생애 중 세 번 流配(유배)를 떠나야 하는 불행을 맛봤다. 20세 때 음악공부를 시작해 25세에는 거문고를 수리했을 정도로 음악에 푹 빠졌고, 귀양살이에서도 음악을 즐겼다고 한다. 78세 때 함경도 삼수에서 귀양살이할 때는 용주 조경이 유배된 처지에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조정의 미움을 사는 일이라며 만류할 정도였다.
고산은 "세상에서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줄 모르고 단지 歡樂(환락)을 돕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음란하고 遊蕩(유탕'음탕하게 놂)하며 번거로운 소리만 좋아하고 和莊(화장) 寬密(관밀) 中正(중정'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곧고 올바름)의 뜻이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고집했다.
생전 다섯 아들 중 넷을 먼저 가슴에 묻고 죽음 전까지 이어진 귀양살이를 한 그를 지탱한 것은 어쩌면 음악과 詩(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평생 시조 75수 외 259수의 한시를 남겼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음악을 즐겼다. 三國志(삼국지)나 後漢書(후한서) 등 중국 사적도 "풍속이 歌舞飮酒(가무음주)하기를 즐기더라"며 옛 三韓(삼한)시대의 풍속을 전하고 있다. 선조들의 음악 사랑은 신바람으로 나타났고, 힘든 농사일 때는 農謠(농요) 한가락으로 시름과 고난을 견뎌냈다.
58세 때 뒤늦게 거문고를 직접 배웠다는 孔子(공자)도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論語(논어)에서 공자는 "興於詩(흥어시) 立於禮(입어례) 成於樂(성어악)"이라고 했다. 즉 "시에서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예에서 서며, 음악에서 완성한다"는 뜻이다. 그는 음악을 '思無邪'(사무사'마음에 사악함이 없다)에 이르는 길로 봤다.
올 들어 '회색 공단도시' 구미에 음악행사가 많아지고 있다. 경제난 속 위축된 시민들의 정서를 음악으로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초청 '직장인을 위한 정오의 예술무대'가 처음 열렸다. 당초 우려와 달리 소강당 360석을 꽉 채웠다. 예술회관 측은 5월부터 매월 한 차례 이상 이 행사를 열고 기업체나 각종 단체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도 갖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요즘, 음악으로 신바람 나는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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