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가 보다. 지독히도 아들을 사랑한 한 중년의 여인이 있다. 그녀는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렀다. 돈만 주면서 무조건 닦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여겼다. 아들은 어머니의 과도한 기대로 인한 정신적 중압감에 시달렸다. 아들은 그 마음의 짐을 감당하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러다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만다, 안타깝게도.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여인은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허공에다 대고 절규한다. 그 절규가 꼭 내 일만 같아 마음 언저리에 찌르르 파문을 일으킨다.
그녀는 세상에 돈이 최고고, 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미처 깨달았으니 만사휴의였다.
자식을 잃고 나면 돈에 대한 가치 관념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지던 돈이 한낱 허공의 뜬구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죽은 자식 불알 아무리 만져 봐야 살아날 일이 만무하지 않은가.
이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귀에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마음의 눈이 떠지고 마음의 귀가 열리는 것이다.
세상 무엇이든 자신의 경험과 합치될 때 의미있게 다가온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그녀에게는 지난날 예사로이 듣던 윤심덕의 이 '사의 찬미' 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꼭 자기를 위해 지어 둔 노랫말 같다.
일제 치하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포로가 되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했던 두 사람 김우진(金祐鎭)과 윤심덕(尹心悳), 한 사람은 목포 대지주의 장남이었고 한 사람은 이 땅의 최초의 소프라노 여가수로서 만인의 우러름을 받던 존재였다. 둘은 관부연락선을 타고 돌아오는 뱃머리에서 예의 '사의 찬미'를 부르며 현해탄에 함께 몸을 날리고 만다. 유부남과 처녀의 맺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에 아릿한 통증을 일으킨다.
스토킹이라는 것이 있다. 굳이 싫다는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놓아주지 않는 행위이다. 스토킹에 빠지는 사람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이 착각이 서로를 힘들게 만든다.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착일 따름이다. 사랑은 얽어매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이다. 상대의 뜻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곽흥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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